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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그린뉴딜 리더십을 묻는다 /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등록 2020-05-20 18:27수정 2020-05-21 16:45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통해 인류는 세계적 위협에 대처하는 능력을 기르고 있다. 강한 신념과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무엇이 가능한지 확인했다. 물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국제사회의 찬사를 받을 만하다. 얼마 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한국의 대응을 “모범”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명심해야 할 원칙이 있다. 정부 정책이 더 큰 위기인 기후변화를 심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미래를 준비하고 앞으로 있을 위기를 유연하게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의 그린뉴딜은 아시아에서 이러한 노력을 주도할 수 있다.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그린뉴딜”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주문했다. 대통령의 지시는 중요한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세계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지금, 한국이 이러한 정책을 기반으로 동아시아 내 에너지 전환 경쟁에서 선두로 나설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경제 회복에서도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행보는 이러한 낙관적 전망과는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다. 녹색성장을 위한 약속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올해 초 발표된 세계 기후변화 성과 지표에서 한국은 61개국 가운데 58위를 차지했다. 에너지산업 싱크탱크인 카본트래커는 최근 한국 석탄화력발전의 좌초자산을 약 1천억달러로 추산했다. 석탄발전 사업에 수년간 몰두해온 결과다. 그사이 한국은 석탄발전으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고통받았다.

격변의 시기에는 익숙한 방식으로 성장을 모색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위기 국면이 즉각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끄는 방아쇠 구실을 할 때도 있다.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세계는 경제 체질을 바꿀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과감한 결단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전환기에는 새로운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석탄이다. 재생에너지가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저렴하며, 발전시설을 건설하는 시간도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탈석탄 대열에 동참하는 것은 이제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올해 4월에만 미즈호금융그룹(일본), 에스엠비시(SMBC, 일본), 에이치에스비시(HSBC), 씨티그룹 등이 석탄 금융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마에다 다다시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총재는 “신규 석탄 사업에 대한 대출 승인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수십억달러나 되는 세금을 두산중공업 구제에 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석탄에서 벗어나 미래에 적합한 사업 모델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린뉴딜은 한국 경제가 2050년까지 탈석탄화를 달성하는 청사진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재생에너지 비중에 대한 획기적인 목표가 담겨야 한다. 현재 전력계획상의 목표치 20%를 훨씬 넘어설 수 있도록, 어쩌면 일부의 제안처럼 50%에 달하도록,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및 지원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도 중단돼야 한다.

이런 조치를 통해 한국은 파리기후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필요한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 유엔 기후정상회의가 내년으로 연기된 만큼 한국은 시간이 조금 더 생겼다.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고, 한국이 주최하는 P4G 정상회의(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국제연대 단위)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한국도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수십억달러를 쓰게 될 것이다. 그 돈은 “현명한 회복”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잘못 쓴다면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한국은 친환경적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데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 한국이 기후 리더십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영어 원문입니다. 번역본은 지면에 맞춰 분량을 줄인 것입니다.)

If done right, Korea’s Green New Deal can drive its economy, boost jobs, and help to address climate change

Christiana Figueres

Former Executive Secretary of 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Convenor of Mission 2020

South Korea’s response to the COVID-19 pandemic has drawn praise from around globe.  Two weeks ago, it was described as ‘exemplary’ by UN Secretary General Antonio Guterres.

The Coronavirus has unleashed humanity’s capacity to adapt in the face of a universal threat.  We have demonstrated what is possible through determination, discipline and a commitment to protecting the most vulnerable in our communities.

It is now well understood that policies and stimulus packages to help us emerge from the COVID19 pandemic must not deepen the disruption and destruction of an even bigger crisis - climate change.  On the contrary, responsible and forward-thinking governments are focused on how to direct COVID19 recovery efforts to build a safer, healthier and more resilient future.  In Asia, Korea’s Green New Deal can lead the way.

News last Wednesday that President Moon Jae-in has asked ministers to work quickly on the contours of a new “green package” opens the door to a once-in-a-generation opportunity for Korea to grab a leadership position in East Asia, and gain a competitive edge as the world accelerates its transition to a clean energy future.  The science-based, world-class handling of COVID-19 by the government makes clear that if any country can “build back better”, it is Korea.

Over last decade, Korea has experienced severe heatwaves, typhoons, longer summers, and toxic air pollution from burning coal for power.  At the same time, previous promises of greener growth have gone largely unfulfilled.  Earlier this year, the global 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ranked South Korea 58th out of 61 countries assessed, with only Taiwan, Saudi Arabia and the United States behind it.  And after years of prioritizing new and highly-polluting coal power, Carbon Tracker found recently that South Korea has the highest level of coal stranded asset risk of any country in the world, in the vicinity of US$100 billion.

There is a natural tendency in a time of upheaval to fall back on the familiar but now out-dated models for growth and prosperity.  But a crisis can also act as a trigger for quick, systemic change. 

At this unprecedented moment, as we embark on the necessary renewal of our economies, the benefits of bold action are great.

The Green New Deal policy platform published by the ruling party in the lead up to the recent National Assembly elections was a potent sign that the government is ready to turn the page. 

Transforming the energy system could boost cumulative global GDP gains by up to USD 98 trillion between now and 2050, while quadrupling renewable energy jobs to 42 million.  For Korea, a recent study showed that an “visionary” green energy revolution would produce four times more Korean jobs by 2050 – nearly 4 million in total – than the business as usual scenario.

As with any transition, there will be winners and losers.  As Bloomberg recently pointed out, coal is currently suffering most, largely because renewable energy is now much cheaper, much less polluting and much faster to build. 

Little surprise then that investors are running for the coal exit door.  In the last month alone, Mizuho Financial Group, SMBC, HSBC and Citi have all drastically tightened funding restrictions on coal power.  Even Tadashi Maeda, Governor of the Japan Bank of International Cooperation (JBIC) stated it would ‘stop approving loans for new coal projects.’ 

In this context, it is difficult to reconcile spending billions of taxpayer dollars on a bail out for Doosan Heavy without ensuring the company uses the investment to rapidly shift away from money-losing coal to profitable and fit-for-the-future business opportunities. 

If done properly, the government’s Green New Deal must be a visionary blueprint for decarbonization of the Korean economy by 2050.  It must set an ambitious new trajectory for rolling out utility-scale renewables and firming technology to go well beyond the 20% target in the current Energy Master Plan, perhaps even to 50%, as some have suggested.  It must accelerate the push for a price on carbon, and pursue a phase out of coal power by 2030.  The Green New Deal must also shift the country away from financing coal externally, a move Japan’s banks appear ready to make.   

Taking these bold steps would allow to Korea to consider a more ambitious emissions target for 2030 under the Paris Agreement.  With the postponement of this year’s annual UN climate summit into 2021, there is now more time for Korea to carve out the necessary plans, and to use its hosting of the lead-up P4G Summit to begin brandishing its new leadership credentials on the world stage.

To recover from this terrible crisis, Korea, like other nations, will spend billions to get people back to work, and to get its economy on track.  If we spend well, we can build back better.  If we spend badly, by investing in the old carbon economy and failing to embrace the cleaner, greener new version, we risk a recovery from one crisis that reinforces another.  Korean climate leadership is too good an opportunity to let slip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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