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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크리틱] 온라인 콘서트, 안전한가요? / 미묘

등록 2020-05-08 17:20수정 2020-05-09 18:49

미묘 l <아이돌로지> 편집장

코로나19는 다방면에서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고, 음악 또한 예외는 아니다. 대중음악에서 뮤지컬, 클래식까지 장르를 막론하고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공연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다. 과거 공연의 촬영분을 공개하는 일은 물론, 무관중 공연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일도 이제 드물지 않다. 더 나아가, 유수의 케이팝 스타들이 팬 미팅이나 팬 사인회 등의 이벤트도 온라인으로 시도하고 있다.

공연 관람은 음원이나 TV로 음악을 감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체험이다. 크고 좋은 사운드로 음악을 듣고, 주위 군중과 함께 아티스트를 직접 바라보며 함께 호흡하고, 때로 돌발적이거나 즉흥적인 소통이 오가기도 한다. 화면으로만 감상한다면 현장의 생동감은 크게 줄어든다. 최근의 온라인 공연은 그 해답으로 ‘단순한 공연 그 이상’의 경험을 지향한다. 한 예로 사전에 녹화한 영상을 라이브와 교차하고 조합함으로써 보다 다채로운 변화를 보여주기도 하는 식이다. 케이팝 공연에서도 영상은 흔히 사용하지만 무대와는 질감이 달라 흐름을 깨기도 한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차이가 덜하므로 연속성을 유지한 채 특수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유독 두드러지는 것은 역시 소통성이다. 팬들의 이름을 좌석에 붙이거나 얼굴을 무대 배경에 띄우는 식으로 팬들이 이 현장에 ‘참석’하고 있다는 감각을 강화하기도 한다. 또한 댓글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현장 공연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케이팝 공연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클래식 공연에서 더 큰 경험의 차이를 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관객들끼리 자유롭게 대화하며 즐기고 아티스트가 현장의 질문에 직접 대답해주기도 하는 공연이란, 조용히 숨죽여 감상하고 돌아가던 공연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티스트와 대중의 활발한 소통은 양날의 검이다. 연예인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히는 통칭 ‘악플’이 화두가 된 것도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케이팝 팬 커뮤니티에는 종종 아이돌이 모바일 방송 도중 악플을 받고 소신 있게 답변하는 장면이 공유되기도 한다. 그 당당한 모습에 반하는 이들도 있지만, 아티스트 본인이 응답한다는 사실은 이미 악플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뜻도 된다. 최근에는 아티스트와 일대일로 주고받는 유료 메시지 서비스도 등장했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해 아티스트에게 직접 욕설과 비난을 전달하는 이들이 있다는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다. 이처럼 문화현상으로서의 악플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상호 소통을 강화해 갈 때, 아티스트가 적절히 보호되고 있는지 우려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댓글이 존재하는 한 악플은 필요악일까? 같은 댓글 창이라도 분위기는 곳곳마다 다르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게임 방송의 경우 플랫폼에 따라 문화 차이가 크다는 것이 많은 관계자의 경험담이다. 또한 케이팝 아이돌 콘텐츠를 다루는 방송이라도 팬덤의 전쟁터가 되지 않는 곳은 많다. 기획하고 준비하기에 따라, 그 공간의 문화가 형성되는 방향에 따라, 악플의 양이나 그 영향을 조금이나마 줄일 가능성은 있다는 뜻이다.

아직 시험 단계에 있는 셈이지만, 온라인 콘서트는 소비자에게 이미 상당한 경험의 차이를 일으키고 있다. 충분히 많은 이에게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수지타산도 맞는다면 공연산업의 미래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렇다면 이 포맷의 문화는 지금 형성되는 과정이라 하겠다. 펑크 공연장에서는 관중이 서로를 밀치며 춤추고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기침도 조심하듯이, 콘텐츠와 환경은 관람 문화와 긴밀히 맞물리게 마련이다. 온라인 콘서트의 그것은 아티스트를 보호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살갑게 소통하는 것이 될 수 있길 빌어본다. 기획자와 플랫폼, 팬들까지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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