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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남북 정상, 코로나 통화하자 / 권혁철

등록 2020-04-23 18:56수정 2020-04-24 02:38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금강산을 둘러보고 내린 지시였다. 이후 북한은 올해 2월까지 금강산 관광 관련 남쪽 시설을 모두 철거하라는 대남 통지문을 보냈다. 지난 1월30일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금강산 시설 철거를 당분간 연기하겠다고 남쪽에 통보했다.

해마다 3, 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벌어지면 북쪽은 ‘북침 연습’이라며 거칠게 반발했다. 한반도의 봄은 뿌연 황사와 군사적 긴장이 겹쳐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북한은 비핵화 협상 재개 조건의 하나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내걸고 있다. 한·미는 3월 초 예정됐던 한-미 군사훈련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연기했다.

남북관계 현안이었던 금강산 관광 시설 철거와 한-미 군사훈련이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코로나19가 올 상반기 한반도 정세 악화를 막는 구실을 했다. 코로나19로 사람 이동과 산업 활동이 줄면서 세계 공기가 맑아진 것처럼, 또 하나의 코로나 역설이다.

남쪽뿐만 아니라 북쪽도 코로나19 방역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1월29일치)은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의 전파를 막기 위한 사업을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아예 국경을 닫았다. 모든 학교 개학을 연기했다가 최근 고3, 대학생부터 단계적으로 등교하고 있다. 인민군 창설 기념일인 2월8일 건군절 행사,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평양국제마라톤 등 대규모 국제 행사도 취소했다.

4월11, 12일 열린 북한 노동당 정치국회의, 제14기 제3차 최고인민회의 결과를 보면, 주민 안전 강조, 보건예산 증액, 평양종합병원건설 주력 등이 눈에 띈다. 북한은 코로나19 국면이 “단기간 해소 불가능”하다고 보고 ‘코로나 리더십’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3월17일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했다. 그는 착공식 연설을 통해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노동당 창건 75주년(10월10일)인 올해의 과업 중 “가장 중요하고 가장 보람 있는 투쟁 과업”이라고 말했다.

북한뿐만 아니라 온 세계가 코로나19를 ‘국가 존망의 중대 문제’로 여긴다. 국제 사회는 전염병이나 기후 변화 등을 새로운 안보(신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통 안보는 국경 밖에서 가해지는 군사적 위협을 국경 안에서 힘을 모아 대처한다. 전통 안보는 ‘갈등과 대결’의 논리 구조에 터잡고 있다. 이와 달리 코로나19 같은 신안보 위협은 국경 안팎을 넘나든다. 신안보 위협 대처는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한 ‘상생과 협력’의 논리 구조에서 출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감염병, 접경지역 재해·재난, 기후 변화 등 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대한 남북 공동 대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감염병, 수해 등의 재난이 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는 한국을 코로나19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한 나라로 평가한다. 문 대통령은 28개국 정상(22일 기준)과 통화해 코로나 대응 전략과 경험을 공유했다. 외국과 나눈 코로나 방역 모델을 ‘우리 민족끼리’도 나누었으면 한다. 코로나19로 남북이 직접 만나긴 어렵지만 전화 통화는 할 수 있다. 2018년 4월20일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 사이에 핫라인(직통전화)이 연결됐다.

며칠 뒤면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이다. 미래통합당은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과 그해 9월 평양 선언이 안보 무장 해제를 불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동안 한반도의 땅과 하늘, 바다에서 일체의 남북 군사 충돌이 사라졌다. 판문점 선언 이후 지난 2년간 남북관계에 부침이 있었지만 ‘전쟁 없는 한반도’란 판문점 선언의 기본 뼈대는 유지되고 있다.

남북 정상이 코로나19로부터 남녘, 북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핫라인으로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장면을 보고 싶다. 우리 민족끼리 통화는 외국 정상과의 통화와 달리 통역도 필요 없다.

권혁철 ㅣ 논설위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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