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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이제, 민주당이 답해야 한다 / 신승근

등록 2020-04-07 18:56수정 2020-04-09 13:08

신승근

논설위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최배근, 이종걸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등이 1일 민주당 경기도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소방관과 의료진을 응원하고 있다. 수원/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최배근, 이종걸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등이 1일 민주당 경기도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소방관과 의료진을 응원하고 있다. 수원/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4월15일 밤이면 코로나19와 엔번방의 폭풍 속에서 ‘위성정당 꼼수’를 펼친 정치에 대한 민심이 드러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을 거느린 두 거대 정당은 ‘1+1 패키지 신공’을 펼치며 저마다 압도적 지지를 호소한다. 하지만 정치 공학적 계산을 앞세운 ‘막장 드라마’의 주연·조연을 자처한 이들이 강요한 선택지 앞에서 표를 줘야 할 확실한 이유를 찾지 못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가 예측하는 총선 결과는 씁쓸하다. 첨예한 진영 대결 탓에 정의당의 입지는 좁아지고, 녹색당이나 미래당 등 다양한 색깔의 군소 정당은 설 곳이 없다. 총선에서 두 거대 정당과 그 위성정당, 친문 적자 정당을 자임하는 열린민주당 중심으로 21대 국회가 재편된다면 그것을 진전이라고 평가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좌파정권 연장 저지를 외치는 미래통합당이 승리하면 남북 군사합의 무효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폐기 등 ‘퇴행’이 현실화할 것이라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이 원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정말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며 투표장으로 달려갈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목표한 지역구 140석을 얻고,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 선전한다고 마냥 환호할 수도 없다. 스스로 약속한 종합부동산세 강화 안이 담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도 전에 ‘1가구 1주택 종부세 완화’를 주창하는 상임선대위원장을 보면, 부동산 정책도 뒤죽박죽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성소수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도 모자란데 그런 논란이 싫다며 녹색당, 미래당을 배제한 더불어시민당이 진보적 의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코로나19 대응으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총선에서 압승해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기대를 불태우는 지지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거대 양당 기득권을 허물고 다양성과 역동성을 갖춘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정신은 망각한 채 소수 정당은 질식하고, 거대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대결 구도로 짜인 21대 국회라면 국정 운영은 더 버거워질 수 있다.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오랜 숙원인 검찰개혁 입법에 성과를 낸 건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소수 정당의 협조 덕분이다. ‘여당 2중대’란 비난을 무릅쓰며 민주당과 주고받기식 타협으로 한목소리를 낸 현안은 다수 의견이 됐고, 버티는 자유한국당을 왕따로 만들었다. 홍준표·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회동을 거부해도 소수 야당 대표가 참여했기에 문 대통령은 결코 협량해 보이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해도 의석 수만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 민심은 정부·여당의 오만을 항상 경계한다.

총선에서 정의당·녹색당·미래당 등이 의석을 많이 얻지 못해도, 온전히 민주당 책임은 아닐 것이다. 자체 역량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정당 지지율에 따른 비례성을 높여 소수 정당의 의회 진출을 돕고, ‘87년 체제’ 이후 지속된 대결의 정치를 완화하자며 국회법 절차(패스트트랙)에 따라 다수(4+1 협의체)가 만든 게임규칙(준연동형비례대표제)을 무력화한 ‘공범’이라는 혐의에서 민주당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노골적 담합’은 아닐 것이다. 미래통합당 음모에 손 놓고 당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 마지못해 위성정당에 동의한 의원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 담합’으로 두 거대 정당은 과잉 대표를 지속할 우회로를 찾아낸 것은 틀림없다. 비례정당을 급조해 평생 한길을 걸어온 다양한 색깔의 소수 정당 몫을 침해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이제 민주당이 답해야 한다. 변칙과 탈법, 꼼수를 가능케 한 선거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대로 둘지, 단순 폐기할지, 탈법과 꼼수를 막고 소수 정당의 의회 진출을 열어줄 선거법을 만들 것인지.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을 어떻게 할지도 밝혀야 한다. 보수 언론의 억측처럼 이들을 ‘위성 교섭단체’로 전환해 여당의 2중대로 활용할 것인가. 미래한국당을 위장 교섭단체로 등록할 경우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무너진 정의와 공정, 심화한 분열과 갈등, 사라진 협치는 또 어떻게 치유하고 복원할 것인가.

온갖 꼼수로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대립과 배제를 조장해 4·15 총선을 ‘구태 정당’과 ‘패권 정당’의 기득권 사수 경쟁으로 변질시켰다는 비난에서 벗어나려면, 민주당은 이 문제에 똑바로 답해야 한다.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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