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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한번뿐인 재난수당 지원의 명암 / 이경미

등록 2020-03-29 21:57수정 2020-03-29 21:58

이경미 ㅣ 경제팀 기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된 지 약 2주 만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되는 과정은 당·청이 다소 서두른다는 느낌을 줬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실효성 있는 생계 지원 방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뒤 사흘 만인 27일 당·청에 보고됐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방안은 6조원 남짓한 규모로 전해졌다. 4인 가족 기준 월소득 474만원 이하 1천만가구에 대해 100만원씩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여당은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수혜 범위를 국민의 70~80%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에다 긴급재난지원금까지 합하면 추가 재정지원 규모는 20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

그동안 정부의 노력으로 코로나19 사태는 다행히 확산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급락했던 주식시장도 지난주 일정 부분 회복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총 100조원의 기업 구호자금 투입 등 정부 의지가 시장의 불안을 조금 잠재운 것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도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를 일찍 경험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이다. 긴박한 쪽은 미국·유럽이다. 당·청이 해외 사정에 편승해서 경제위기의 긴박감을 이유로 재난지원금 지급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난 극복 해법을 재정투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이번에 투입되는 지원금은 재난 극복용이다. 두번 쓰이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적기적소 처방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말한 ‘실효성 있는’ 지원이 되도록 조건 없는 현금성 지원을 하는 것은 그래서이다. 이번 긴급지원은 문 대통령의 주문대로 생계비 중심이다.

하지만 시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금은 총선을 보름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다.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번뿐인 지원금 지급 시기가 ‘지금 당장’이어야 한다는 명분이 제시돼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사용처가 없는 상태에서 돈을 푸는 엇박자 정책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원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기, 돈을 푸는 시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청은 경기부양을 내세워 특단의 카드를 서둘러 꺼냈다는 인상을 준다. 지난 추경을 둘러싸고 정부·여당 간 불협화음이 일었던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정부는 전염병 사태 추이에 따라 추가 수요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종합해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다. 올해 대형 예산이 책정돼 있고, 그것도 상반기에 집중되도록 집행 중이기 때문이다.

당·청은 재정투입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여당 대표는 추경 심사 도중 증액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부총리에 대한 해임까지 언급했다. 여당 대표가 엄포를 부린다고 경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는 정치권이 호기를 부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는 정치와 달리 말을 자주 바꾸는 것은 금기다. 정치에선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이라고 둘러댈 수 있지만, 경제에는 통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을 포함해 당·청은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재정투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당·청이 개인과 가계에 대한 재정투입을 강조하는 사이 두산중공업의 부실 소식이 전해져 경제 전반의 위기를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정부로부터 1조원의 경영자금을 지원받아 간신히 부도를 면했지만 항공업계 등 여전히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이 많다. 어쩌면 코로나로 인한 기업의 부실 우려는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당·청은 코로나 위기 대응 방법으로 재정투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부총리 해임을 언급하던 민주당 대표의 태도는 자국민의 입국을 제한하는 중국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다각적 해법을 찾는 노력이 요구된다.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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