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주 ㅣ 전국2팀 기자
중국에서 ‘코로나19’를 피해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으로 온 우한 교민 700명이 보름 동안의 외롭고 고단한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들 가운데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빼면 대부분의 교민이 비교적 건강하게 퇴소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품은 지역 주민들과 시설 안팎에서 도움을 준 의료진·공무원에게 편지 등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생활한 어린이의 그림편지가 화제를 모았다. “수고 많으셨어요. 우리를 지켜줘서 감사합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우리가 가면 건강하게 잘 있으세요.” 아이는 편지에 꽃과 나무, 그리고 하트(♡)를 그림으로 남겼다.
지역 주민들은 “다음에는 관광객으로 다시 찾아달라”는 당부를 얹어 이런 교민들을 보냈다. 지역에서 생산한 들기름 등도 선물로 건넸다. 교민들이 떠나갈 때, ‘잘 가세요. 다음에 또 오세요’ 등이 적힌 펼침막이 곳곳에서 바람에 나부꼈다.
첫 만남은 어색했다. 지난달 31일 교민들이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한을 벗어났다는 귀국의 안도와 불청객으로서의 불안이 교차했을 것이다. 아산과 진천에서 이들의 수용 반대 집회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은 트랙터와 화물차 등으로 교민들을 수용할 인재개발원 앞을 막았다. 지역 민심을 돌리려고 현장을 찾은 장차관 등에게 달걀과 물병 등을 던질 만큼 주민들은 격앙돼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웃의 재난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 교민을 태운 버스가 김포공항을 출발해 아산과 진천으로 향하자, 이들은 반대 집회를 중단했다. ‘쾌유를 기원합니다’ ‘편히 쉬다 가세요’ 등이 적힌 펼침막이 내걸렸다. “힘들게 온 교민을 더 아프게 해선 안 되지요. 미운 건 정부지 교민이 아니에요.” 그들은 말했다. 에스엔에스(SNS)에선 “우리가 아산·진천이다” “우리는 서로의 사회안전망이다” 등의 응원이 이어졌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 피어난 것은 차별과 혐오가 아닌 연대와 인류애였다. 제주 귤, 남해 흑마늘, 경북 문경 오미자, 충남 논산 딸기 등 전국의 특산물이 아산·진천으로 몰렸다. 교민들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보낸 후원 물품이었다. 우한 교민을 껴안은 아산·진천 주민들을 향한 전국적인 응원도 잇따랐다. 진천에만 6억원이 넘는 후원·기부가 이어졌다. 에스엔에스에는 “아산·진천의 특산물을 사자” “아산·진천으로 나들이 가자”는 글들이 이어졌다. 일류 시민의 품격 그 자체였다.
현명한 시민과 달리 정부는 갈팡질팡했다. 격리 지역으로 충남 천안이 명시된 보도 참고자료를 배포했다가 반발이 이어지자 아산·진천으로 바꾸면서 지역 사회의 불만과 분란을 자초했다. 지방자치단체 또한 주민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덜어주기보다는 그들의 반발에 동조하는 데 급급했다.
정치권은 한술 더 떴다. 충청지역 야당 중진인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충청도 핫바지론’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겼다. “정부가 진천·아산을 수용 시설로 결정한 것은 충청도민을 핫바지로 여기는 것이다.” 시민들이 큰 뜻으로 교민을 품고 위로하는 사이 그는 케케묵은 ‘핫바지’를 끄집어내 분열·선동의 정치를 이어갔다.
아산이 지역구인 같은 당 이명수 의원도 “감염 우려가 있는 우한 교포 격리 시설을 충청으로 결정한 것은 충청도 홀대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진천 지역구의 경대수 의원은 “진천에 교민을 수용하면 충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혁신도시 주민을 우한 폐렴 환자로 만들려는 것과 다름없다”며 불안을 지폈다. 하지만 교민이 머무는 동안 진천뿐 아니라 충북 어디에서도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정치의 계절이다. 한산한 거리, 시민들의 하얀 마스크 사이로 파랑·빨강·노랑 등 원색의 점퍼들이 하나둘 늘어간다. 우한 교민을 따뜻하게 품었다가 아름답게 보낸 위대한 시민에게 이들 정치인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4월, 시민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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