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달서, 익산 그리고 강릉 / 황금비

등록 2020-02-09 18:18수정 2020-02-10 12:41

황금비 ㅣ 정치팀 기자

왜 내가 사는 지역구에는 변변한 민주당 후보가 없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2009년 10월, 제18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였다. 이후 두 번의 총선이 더 치러졌고, 기호 2번 후보는 매번 바뀌었으며, 기호 1번 후보는 선거를 거듭하며 승승장구했다. 당선에서 인물만큼이나 중요한 변수는 소속 정당과 지역구라는 것, 험지에서 야당 후보로 한 번 낙선하면 재기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아직도 11년 전 한나라당 간판을 달고 기호 1번으로 나온 후보자의 공보물 문구를 기억한다. ‘새 인물, 새 정치, 강릉 성공시대. 권성동.’ 강원도 강릉이 지역구인 그는 오는 총선에서 4선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23일, <한겨레>는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와 함께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차례 치러진 전국 선거를 토대로 전국의 유권자 지형을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강릉시는 역대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평균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14.4%포인트 높아, ‘한국당의 지지세가 다소 강했던 곳’ 중에서도 그 격차가 큰 편에 속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전체 지역구 중에서도 양당의 지지세가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였던 ‘단 한 곳’을 골라봤다. 한국당의 경우 대구 달서구병(한국당 지지세 67.1%)으로 나타났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3선을 한 지역으로, 2000년 이후 한나라당-친박연대-새누리당으로 보수정당이 연이어 독식한 곳이다. 민주당의 경우 전북 익산시갑(민주당 지지세 70.6%)으로 나타났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지역구로, 이곳 역시 2004년 익산시가 갑·을로 분구된 이래 민주당이 독식한 지역이다.

‘텃밭’은 반대쪽에서 보면 ‘험지’다. 선거철마다 단골 메뉴로 ‘험지 출마론’이 등장하는 것도 여전히 ‘지역주의의 벽’이 공고하기 때문일 터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낙동강 전투의 승리만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싸워온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과 수많은 분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라며 양산을 출마를 선언했고,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강원도 지역구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중진 의원이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험지 출마’를 명분으로 계파가 다른 의원을 내모는 사례도 있지만, 지역 유권자의 관성적인 지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역주의 타파’는 여전히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난제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2016 총선, 2018 지방선거를 거치며 지역주의 완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민주당의 ‘낙동강 벨트’ 돌풍이 이번 총선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역경제 악화에 더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을 거치며 부·울·경 민심이 심상치 않아진 탓이다. 경상도의 한 지역구에서 뛰고 있는 민주당 현역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경상도 민심이 정말 험악해졌다. 주민들을 만나서 ‘민주당 마음에 안 들죠?’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 그러면 ‘나 같은 사람을 보내서 민주당을 좀 바꿔야 하지 않겠나’라고 설득한다. 할 수 있는 게 그게 전부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젊은 세대일수록 정당보다는 공약과 인물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점점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 ‘지역’이라는 변수가 흐릿해지면, ‘대구 달서구병’과 ‘전북 익산시갑’, 그리고 ‘강원 강릉시’에서도 다른 정당의 후보가 당선될 수 있을까. 오는 총선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청년 정치인을 만나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순천·곡성 지역구에 출마했을 때, 적어도 내가 아는 20대 친구들은 다 이정현을 뽑았다. 이정현을 지지해서가 절대 아니다. 무능한데도 지역 갈등을 이용해서 공짜로 표를 가져가는 호남의 기득권 세력,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 분노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withb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비상계엄’ 내란죄인 3가지 이유 [세상읽기] 1.

‘윤석열 비상계엄’ 내란죄인 3가지 이유 [세상읽기]

윤 대통령, 즉각 사퇴하라 [사설] 2.

윤 대통령, 즉각 사퇴하라 [사설]

대한민국 안보 최대 리스크는 ‘윤석열’이다 3.

대한민국 안보 최대 리스크는 ‘윤석열’이다

이성 잃은 비상계엄,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 [사설] 4.

이성 잃은 비상계엄,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 [사설]

다시 민주주의의 시간이다! [박현 칼럼] 5.

다시 민주주의의 시간이다! [박현 칼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