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은 인류가 정복했다고 여기는 질병이다. 미국은 2000년 홍역 퇴치국 선언을 했고, 한국도 2014년 세계보건기구로부터 퇴치국 인증을 받았다. 백신 덕분이다. 그런데 2018년 세계보건기구는 전세계 홍역 감염자가 1년 전보다 50% 넘게 급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의 홍역 집단발병은 충격이었다. 백신이 자폐증을 부른다는 왜곡정보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일부 부자나라들의 홍역 증가는 백신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신문과 방송이 보도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백신 유해설을 접하고 믿은 탓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불안심리를 노린 허위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 걷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사람의 영상이나 바라보기만 해도 전염된다는 등의 괴담도 빠르게 유포됐다. 대중의 불안과 공포를 증폭시켜 이득을 꾀하려는 세력이 소셜미디어를 발판으로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왜곡된 정보로 공포와 혐오를 부추기며 격리시설 수용 같은 보건대응책도 차질을 빚도록 했다. 공중보건 관련 가짜뉴스는 사회 안전성을 위협한다. 신종 전염병만이 아니라 가짜뉴스 바이러스 방역도 시급한 상황이다.
많은 교육을 받은 선진국 시민들이 왜 가짜뉴스에 쉽게 빠지는지에 대해 인지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은 인간 본능으로 설명한다. 노벨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사람은 인지적 게으름으로 인해 주장의 사실성과 진위 여부를 따지기보다 이야기가 그럴싸하기만 하면 믿는다고 말한다. 고전경제학자들은 인간을 합리적 존재라고 전제했지만, 디지털 환경에서 가짜뉴스가 창궐하는 상황은 인간의 비합리성을 보여준다. 가짜뉴스는 지금까지 주로 선거와 정치 영역에서 기승을 부렸는데 최근 괴담은 사회 전 분야가 위협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우 취약하다는 걸 보여준다.
인간에 의한 생태계 교란과 항생제 남용 환경에서 생겨난 변종 바이러스가 초연결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매스미디어로 제한된 정보를 소통하던 환경이 누구나 손안에서 걸러지지 않은 정보를 무한소비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인간의 인지적 취약점을 노린 가짜정보가 새 기술환경에서 진화하고 있는 상황은 인간 인지 능력과 사회적 대응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백신을 요구한다. 정보 리터러시 교육이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