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외현ㅣ코인데스크코리아 부편집장
2006년 트위터를 필두로 등장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정치와 언론 지형을 뒤바꿔놓았다. 그 성공의 역사를 요약한다면, ①인터넷과 블로그 등 이미 존재했던 개념과 구상이 있었고 ②이를 기술적으로 편리하게 구현했으며, ③스마트폰 등장이란 시대와 잘 맞물렸고 ④권력과 대중이 그 속성을 간파해 ‘성명’ ‘보도’ 등 기능으로 활용한데다 ⑤급기야 대중매체라는 기존 중개인이 무력화되는 과정이었다.
블록체인과 금융은? 범사회적 확산·적용이란 관점에선 에스엔에스에 한참 뒤처져 있다. 위 성공 공식에 대입하면, 블록체인은 아직 제대로 된 환경을 만나지 못했다. 비트코인 백서(2008년)로 시작된 블록체인의 구상과 적용은 트위터 서비스 시작과 2년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특히 ②~④번 요소는 고개를 젓게 만든다.
②편리하게 구현됐는가? 아니다. 블록체인 거래나 각종 기능은 처리 시간이 너무 느리다. 이용자환경(UI) 개선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③좋은 때를 만났는가? 글쎄다. 한때 이슬람국가(IS)처럼 국제 금융제재를 피하기 위한 시스템을 필요로 하거나, 금융시스템이 불비한 일부 국가들에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대안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세계 대부분 지역은 현존 금융 질서에 포섭돼 있다. ④권력과 대중이 그 속성을 간파했는가? 아닌 것 같다. 에스엔에스 덕에 정치인들은 언론을 통하지 않고도 대중과 접촉할 수 있게 됐다. 평범한 시민의 말 한마디와 사진 한장도 기성 언론 못지않은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게다가 에스엔에스는 정교한 정치 수단으로 발전했다. 페이스북 이용자 자료를 활용한 ‘여론조작’이었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은 트럼프 정부의 탄생과 브렉시트에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블록체인은 이런 면에서 근처도 못 갔다.
그나마 ⑤기존 중개인 세력, 곧 현존 금융권이 두려워하는가의 문제에선 ‘앞으로 점점 그럴 것 같다’는 답을 하게 된다. 페이스북이 리브라 백서를 내놓자 기축통화 달러의 패권국 미국에서 그런 반응이 나온다. 이 두려움은 ①의 질문, 곧 새 기술의 구상이 기존에 있었는가의 문제로 돌아온다. 답은 ‘있었다’이다.
2차대전 이후 금융질서 구축을 위해 존 케인스는 ‘방코르’라는 무역 결제용 통화를 제안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무시당했다. 그러나 훗날 미국 달러의 독점적 위상을 반대한 프랑스 덕에 여러 나라 통화를 묶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이란 개념으로 발전했다. ‘복수 통화 바스켓’ 구상은 페이스북 리브라로 이어졌다.
블록체인 낙관론에는 이렇듯 괜찮은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데 대한 자신감도 읽힌다. 블록체인은 에스엔에스의 성공 사례를 재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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