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대한민국임시정부 100돌이자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탄생한 지 100년 되는 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는 한반도 남쪽에서만 쓰인다. 북쪽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고 있다. 남북의 분단은 국호의 분단까지 낳았다. 현대사 연구자 강응천은 <국호로 보는 분단의 역사>에서 남북의 두 국호가 탄생해 확정되기까지 경로를 추적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대한’은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할 때 처음 국호로 등장했다. 고종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삼한시대’의 나라 이름 ‘한’을 가져와 대한(大韓)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청에 대한 사대를 끝내고 독립국가를 세운다는 뜻을 ‘대한’에 담은 것이다. 제국이 망한 뒤 1919년 상하이에서 수립된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을 새 나라의 국호로 세웠다. 여기에는 대한제국을 이어받되, 황제의 나라인 제국이 국민의 나라인 민국으로 바뀌었다는 뜻이 담겼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초기에 사회주의자를 포괄하는 정부였지만 1923년 이후 좌우 갈등으로 끝내 분열했다. 임시정부와 결별한 사회주의자들은 당시 민중이 즐겨 쓰던 ‘조선’을 국호로 쓰기 시작했다. 조선은 나라의 뿌리인 고조선을 이어받았다는 뜻도 있었다.
대한이나 조선이나 모두 새 나라의 국호가 될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대한’은 대한제국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조선’은 일제가 쓰던 식민지 이름이라는 점에서 각각 그늘도 있었다. 두 국호의 분열과 대립은 1945년 해방 뒤 본격화했다. 임시정부 출신이 중심이 된 남쪽의 우파는 대한민국을 국호로 내세웠고, 여기에 맞서 좌파는 조선을 국호의 앞머리로 삼았다. 이 시기에 중간파는 고려공화국을 새 국호로 제시해 좌우합작을 모색했다. 그러나 좌우의 대결은 끝내 남북 단독정부 수립으로 이어졌고,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남과 북에서 배타적인 국호로 굳어졌다.
분단국가였던 베트남과 독일은 통일 과정에서 국호 혼란을 겪지 않았다. 이 나라들과 달리 한반도의 통일은 흡수통일이 아닌 한, 단일 국호를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통일로 가는 길은 ‘대한’과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남북이 겪은 갈등과 대결의 역사를 청산하는 길이어야 한다.
고명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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