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책팀장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애도 없어. 완벽하지?’ 자신이 ‘3무(無)’라고 철없이 농담하던 시절이 있었다. 스물다섯에 밥벌이를 시작했으나 40대 중반이 되도록 내 이름으로 된 집이 없고, 자동차는커녕 운전면허도 없고,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입양도 허용하지 않으니 아이도 없다. 노후 따위 애써 먼 이야기로 여기며 ‘탕진잼’에 빠져 살던 시절은 2015년 가을 문득 한 통의 전화로 끝났다. 비교적 저렴한 전세로 안정적 주거를 공급하던 ‘집주인 할아버지’가 갑자기 ‘집을 비워달라’고 전화한 것이다. 구두로 전세 계약을 연장하면서 ‘집을 팔면 비워달라’고 해서 덜컥 ‘네’ 해버린 원죄가 있으니, ‘나가겠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부동산 부양책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전셋값이 치솟던 때였다. 전세를 전전했지만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15년, 같은 집에서 5년을 살던 안정적 주거의 시기는 그렇게 끝났다. 하필 전국에서 집값 대비 전세가율 최고를 기록하던 동네였다. 난관을 타개할 궁리를 하자, 십수년 전 어머니가 채근해 만든 청약예금이 부여잡을 지푸라기로 떠올랐다. 생판 몰랐던 청약제도를 ‘파보니’ 실한 지푸라기는 아니었다. 건설사에서 짓는 민영주택은 가점제로 무주택 기간 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7점, 부양가족 수 35점으로 구성된다. 세 종류의 점수를 더해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30살 이후 무주택이면 해마다 2점씩 올라가고, 청약통장은 가입한 해부터 1년이 지나면 1점씩 늘어난다. 부양가족 점수는 싱글이면 기본 5점, 부양가족이 한명씩 늘어날 때마다 5점씩 더해진다. 부양가족 6명 이상이면 35점 만점이다. 만 30살에 청약통장에 가입해 무주택을 유지하면 45살에 무주택, 통장 가입 점수가 만점이 된다. 45살 싱글이면 부양가족 점수 5점을 더해 54점이 최고점이다. 이렇게 기다려도 인기 있는 아파트 당첨 최저점은 60점이 넘으니 운이 좋지 않으면 오르지 못할 봉우리다. 부양가족 점수의 벽에 막힌 비혼들의 눈길이 갈 만한 낭보가 전해졌다. 평생을 비혼 무주택자로 살아온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검증 과정에서, 그가 지난해 분양한 서울 청량리 ‘롯데캐슬 스카이-L65’ 최고층 펜트하우스에 당첨됐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의 청약가점은 비혼 싱글의 최대점인 54점으로 마침 최저 당첨가점과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그 펜트하우스의 분양가가 20억원이 넘는데 아파트 분양가 9억원이 넘으면 대출이 제한되니 그만큼 현금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평범한 독신인 나 같은 사람은 청약에 자꾸만 미끄러져 결국 임대주택에 들어갔다. 싱글들에게도 안정적으로 살아갈 집은 간절하다. 부양가족 점수로 차등을 둘 사유가 없진 않지만, 1인가구가 인구의 30%에 육박하는 시대에 적어도 부양가족 점수의 격차를 줄이거나 전용면적 59㎡(25평) 이하 주택 청약에서는 부양가족을 반영하지 않는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 사유를 넘어선 차등은 차별이다. 공공분양에도 차별적 요소는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공공주택 분양에는 ‘생애 최초 특별공급’이 있는데, 이름이 함정이다. 처음 집을 마련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상을 ‘기혼’으로 한정한다. 공공분양은 기본적으로 청약통장 납입금액순으로 당첨자를 가려 차별적 요소가 적다. 하지만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따로 있는데도 ‘생애 최초’까지 기혼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을까. 결혼 여부에 의한 차별이라고 하고 싶지만, 이런 생각조차 낭만적으로 느끼게 하는 구시대적 발언이 민의의 전당에서 나왔다. “결혼 안 하셨죠? … 그거 다 갖췄으면 정말 100점짜리 후보자다 생각합니다.”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성욱 후보자에게 훈계조로 한 말이다. 비판이 거세게 일자 사과를 했지만 “출산만 하면 100점”이라는 말을 의원이 국회에서 공공연히 하는 사회다. 권력은 점수를 매기는 자에게 있다.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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