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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담배

등록 2005-12-26 22:17수정 2005-12-26 22:17

유레카
“취한 사람 술 깨게 하고, 깨어 있는 사람 취하게 하며, 배고픈 사람 배부르게 하고, 배부른 사람 배고프게 한다”

조선 효종 때 유학자이자 관료인 장유는 <계곡만필>에서 이렇게 예찬한다. 그는 골초로 유명했다. 문헌을 보면 담배는 17세기 초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나온다. 실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병든 사람이 한번 빨면 능히 담과 허습을 제거한다”고 구체적인 효능을 전한다. 복통·치통이 심할 때 담배를 피워 통증을 달랬고, 벌레 물린 자리에는 담배를 피우고 난 뒤 침을 발랐다. 상처의 지혈이나 화상의 농을 막는 데도 쓰였다. 대체로 ‘범용 진통제’ 구실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봉이 “독이 있으므로 경솔하게 사용하면 아니 된다”고 못박은 걸 보면, 그 해악에 대한 선견지명이 아닐까 싶다. 담배는 권위의 상징이었다. 양반들만 장죽을 물었고, 어른과 맞담배를 피우는 건 용납되지 않았다. 풍속사 문헌인 <경도잡지>에는 높은 관리의 면전에서 담배를 피워물면 죄를 물었다고 전해진다.

1920년대 초 전매제도가 도입됐고 광복 뒤에 대량으로 생산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 담배는 45년 9월 광복을 기념해 만든 ‘승리’였다. 10개비에 값은 3원. ‘계명’은 정부 수립 직후에, ‘건설’은 6·25 전쟁으로 재건작업이 한창일 때 나왔다. 풍년을 기원하는 뜻을 담은 ‘풍년초’는 세월이 지나면서 ‘새마을’로 바뀌었다. 이름마다 시대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담배는 ‘솔’이다. 80년 처음 나와 170억갑이 팔렸다. 처음 나올 때는 고급이었지만, 90년대 중반 200원으로 값을 내려 저소득층용으로 생산됐다. 그런데 채산성이 나빠 지난해 10월 생산을 중단했고, 이젠 남은 재고도 동이 나 더는 찾기 어렵다고 한다. 저소득 서민과 노인들 담배 한 모금의 위안마저 빼앗기는 건 아닌지, 씁쓸하다.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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