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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독일의 1월27일, 일본의 8월15일

등록 2019-08-26 17:45수정 2019-08-26 19:04

독일에서 매년 1월27일은 홀로코스트 추모일이다. 이날 연방 하원에선 특별회의가 소집된다. 모든 정당의 지도자들은 유대인을 비롯한 희생자들의 비극을 상기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을 다짐한다. 연방 하원의원들도 빠짐없이 이 자리에 참석한다. 독일 수도인 베를린의 중심을 이루는 브란덴부르크문과 포츠다머플라츠 사이에는 대규모 홀로코스트 기념물이 세워져 있다. 칙칙한 색상의 돌기둥들이 4.5에이커(약 5500평)에 빽빽이 펼쳐져 있다. 이곳은 히틀러가 사망한 지 60년이나 지난 2005년에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독일은 과거가 없는 나라다. 과거를 잊었다는 게 아니라 웬만한 과거는 내세우지 않는다. 오로지 추모와 반성이 있을 뿐이다.(폴 레버,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일본은 이와 정반대다. 과거를 받들어 모신다. 잘 알려진 대로 패전일인 8월15일 A급 전범들의 위패가 봉안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는 정치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나카소네, 고이즈미, 아베 같은 총리들까지 그 대열에 합류해 파문을 일으켰다. 일본은 샌프란시스코조약에 따른 패전국인데도 ‘패전’ 대신 ‘종전’이라고 한다.

과거를 보는 눈의 차이는 국제적 위상에서 독일과 일본의 극명한 대비로 이어진다. 독일은 패전국이지만 과거를 드러내놓고 반성한 탓에 유럽연합에서 이른바 ‘의도하지 않은 패권국’ 지위에 올랐다. 독일이 나선 게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독일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아베의 일본은 과거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한 탓에 여전히 ‘뒤처진’ 나라다. 경제강국일 뿐 지도국가라고 할 수 없다.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최근작 <대변동>에서 “일본도 독일처럼 했더라면, 예컨대 일본 총리가 난징을 방문해 중국인들 앞에 무릎 꿇고 전시 학살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면, 전시의 잔혹행위를 고발하는 박물관이나 기념관이 일본 전역에 있다면, 한국인도 중국인도 일본의 진정성을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반성에 더한 진실된 행동이 독일처럼 일본에서도 행해질 때까지 한국인과 중국인은 일본의 형식적 사과를 계속 불신하며 일본을 미워할 것”이라고 했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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