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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초격차’의 삼성과 일본발 위기 / 백기철

등록 2019-07-14 16:19수정 2019-07-14 19:23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메모리반도체 부문 선두를 달리던 삼성이 적자를 내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해 삼성은 이른바 ‘초격차’ 전략을 채택했다. 초격차란 한마디로 경쟁자가 쫓아올 수 없도록 절대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초격차 전략은 단순히 기술 격차가 아니라 연구개발, 제조 시스템, 인프라, 일하는 방법·문화 등 모든 부문을 동시에 바꾸는 방식이었다. 공기의 절반 단축과 함께 수율(투입 대비 양품의 비율)을 상상하기조차 힘든 목표로 설정한 뒤 전 부문의 혁신을 통해 이를 달성했다. 차세대를 넘어 차차세대를 준비하는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3D 낸드(단일칩에서 3차원 구조로 초고집적도 메모리를 만든 것으로 삼성이 세계 최초로 구현한 기술)를 경쟁사보다 수년 앞서 개발했다. 2017년 삼성은 반도체 진입 34년 만에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1위가 됐다.(<초격차>, 권오현)

삼성의 메모리반도체는 도전과 시행착오라는 ‘축적의 시간’을 거치며 기술혁신을 이루는 이른바 ‘개념설계’의 예다. 단순조립만 하던 반도체산업에서 1983년 64K D램의 독자 설계에 도전했고, 10년의 시행착오 끝에 1993년 64M D램 메모리 분야에서 가장 먼저 설계와 양산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조선, 전자, 통신산업 등이 후발주자로서 개념설계에 성공한 경우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자본 집중적인 대기업 중심인데다 무엇보다 오래전 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개념설계에 도전하는 일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축적의 길>, 이정동)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그의 책에서 탁월한 경영자는 당장의 실적과 상관없을지라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한다고 썼다. 회사의 최고경영자라면 업무 중 최소한 절반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바쳐야 한다고 했다.

삼성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갖는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삼성은 초격차가 말하듯 빛나는 성취의 역사였다. 반면 국내적으로는 아직도 뿌리깊은 정경유착, 황제경영의 폐해를 극복하지 못했다. 일본의 부품·소재 수출 규제로 삼성은 안팎으로부터 더욱 험난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초격차의 삼성이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자못 궁금하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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