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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인공지능과 유령노동 / 구본권

등록 2019-06-17 17:30수정 2019-06-17 19:27

구글 인공지능 음성비서의 목소리와 응대 수준은 사람과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인공지능 스스로 마술을 구현한 게 아니다. 개발자 외에 언어학 전문가들이 중심인 피그말리온 팀이 음성비서를 위한 언어 데이터를 만들고 훈련시켰다. <가디언>은 최근 구글이 간접고용한 피그말리온 팀의 장시간 저임금 노동 실태를 고발했다.

정보기술 서비스의 데이터 수집과 관리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 지도 서비스를 위한 운전과 사진 촬영,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서비스에서 문제 콘텐츠 차단, 도서관 소장자료 스캔 등의 작업이 필수지만 구글·페이스북 등은 이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구글에서만 이런 일자리가 10만개 수준이다.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는 집수리, 수식 계산, 디자인 등 다양한 작업을 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직거래하는 일거리 장터인데, 애초 인공지능 이미지 식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출범했다. 기계가 인식할 수 있도록 사진마다 ‘고양이’ ‘개’ ‘파란색’ 따위 태그를 일일이 사람이 입력했다. 활용되지 않는 자원을 활용하는 일거리 중개소로 각광받았지만 직무당 임금은 세계 최저 수준에 수렴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창시자인 마크 와이저 박사는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 일상생활 속으로 숨어버린다고 설명했다. 딥러닝은 은닉층에서 작동하는 게 특징이다. 기술의 구조가 눈에 보이지도, 이해되지도 않지만 결과는 비할 수 없이 효율적이다.

인공지능·자동화 기술의 편리함에 사람 노동이 가려져 있다. 이런 ‘그림자 노동’이 인공지능 환경에선 아예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유령노동’이라고 부른다. 노회찬 의원은 6411번 버스 첫차를 통해 대형 건물의 깔끔함과 화려함에 감춰진 청소노동자들의 존재를 드러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며 과학과 사회는 발달했다. 뉴턴과 맥스웰의 발견을 통해 비로소 인류는 중력과 빛의 세계를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린 왕자>에서 사막여우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고 알려준다. 인공지능 서비스와 플랫폼 경제의 편리함과 광휘에 가려져 있는 사람의 역할을 보이게 만드는 게 기술의 과제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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