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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이재웅 대표에게 바라는 것/김영배

등록 2019-06-04 17:49수정 2019-06-04 19:36

이재웅 쏘카 대표. 쏘카 제공
이재웅 쏘카 대표. 쏘카 제공

‘카카오 카풀’에 이어 ‘타다’ 서비스에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정부가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상이 한국적 특수 상황만은 아닌 것 같다. 비슷한 예에서 미국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공유경제 모델 ‘우버’와 ‘에어비앤비’라는 새것이 옛것(택시, 호텔)의 영역으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파열음이 일었다.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숙소 등록자가 두 배로 늘 정도로 커진 2013년 뉴욕주 검찰이 불법 호텔 영업 혐의로 사업자를 소환해 파문을 일으킨 게 한 예다. 에어비앤비와 정부당국의 격한 대립은 뉴욕에 그치지 않고 미국 전역에서 나타났다.

차량 공유 플랫폼인 ‘우버’와 ‘리프트’ 역시 많은 도시에서 강력한 규제의 벽에 맞닥뜨렸다. 전세계를 시장으로 삼고 있는 우버에 닥친 규제 전쟁은 특히 치열했다. 2015년 3월 서울에서 우버 서비스가 중단된 일이 예외적 현상은 아니었다. 직감할 수 있듯 고용·사회안전망이 엉성할 사회일수록 갈등의 정도가 심했다. 그러니 사회적 타협에 따라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고 택시업계와 공생 방안을 찾으려는 시도를 ‘한국적 떼쓰기’의 결과로만 여길 일은 아니다.

역사적 선례에 비춰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빨리 바뀌느냐는 문제일 뿐 결국 새것이 이길 것이다. 갈등 중재의 최종 책임자인 정부 못지않게 새 흐름을 주도하는 쪽의 태도와 인식에 기대를 거는 까닭이다.

카풀 논란에 뒤이은 타다 갈등은 서비스의 내용과 영향 못지않게 공유경제 담론 속에서 불거진 이재웅 쏘카 대표의 거친 언사 탓에 한층 더 고조됐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타다는 쏘카 자회사 브이씨엔씨(VCNC)의 차량 호출 서비스다.) 앞뒤 맥락까지 살피면 달리 비쳤을 수 있는 발언의 진의가 가려지고 결과적으로 다툼의 본질이 흐려졌다.

타다 서비스의 법적 실마리는 2014년 10월 공포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18조 1호)’이다. 11~15인승 승합차에 한해 ‘운전자 알선금지’ 규정을 예외로 풀어주는 내용으로 렌터카 업계의 요구에 따른 규제 완화였다. 애초 관광객 대상의 영업 활성화를 취지로 삼았고 이는 정부 입법예고안에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법 규정에는 이런 취지를 반영하지 않았고, 타다는 그 틈새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일종의 편법이란 비판을 부른 지점이다. 규제의 장벽을 뛰어넘기보다 법망의 빈틈을 노린 정황은, 타다 서비스가 무슨 대단한 혁신이냐는 식의 질문과 더불어 반감을 키웠다.

더욱이 타다 서비스는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의 지적처럼 무임승차하는 면이 있다. 기존 택시업계는 면허, 요금 등에서 규제를 받기 때문에 경쟁의 초기 조건이 평평하지 않다. 비유하자면, 한쪽은 정식 허가를 받고 세금을 내면서 장사하는 음식점이고, 다른 한쪽은 뒷배(플랫폼)를 둔 길거리 노점상이다. 택시업계 주장 중 적어도 이 대목에 대한 지적만큼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택시업계의 변신 노력이 절실하고 정부가 우선적인 중재의 책무를 지고 있다는 건 너무 당연하지만, 이재웅 대표로 상징되는 변화와 혁신의 주역들도 갈등 해소의 한몫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고령 택시 운전기사의 퇴로를 열어주는 기금을 조성하는 데 크든 작든 힘을 보태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신규 진입자의 동참은 단순히 돈의 문제에 머물지 않고 정부 예산 지원에 대한 여론의 반감을 낮추는 ‘물꼬’일 수도 있다. 갈등 해소로 신규 사업자는 활로를 더 크게 열고 승객 처지에서는 승차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누리는 상생이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혁신 과정에서 생기는 피해는 어쩔 수 없다 해도 그 피해를 무능 탓에서 비롯된 당연한 결과로만 여기는 인식은 위험할뿐더러 새로운 일의 진척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

이 대표가 창업한 ‘다음’은 미래세대 주역이라는 뜻과 함께 다양한 목소리로 화음을 이룬다는 의미를 아울러 내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다음의 창업자이자, 공유경제 모델을 이끄는 이 대표가 일개 사업자에 머물지 않고 벤처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한국 자본주의에선 드문 자수성가 기업인이기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

김영배
논설위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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