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칼럼니스트 가수 아이유가 출연한 단편영화 네편을 묶은 작품 <페르소나>가 지난달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 이 네편은 <러브 세트>(이경미), <썩지 않게 아주 오래>(임필성), <키스가 죄>(전고운), <밤을 걷다>(김종관)이다. 하나의 주제로 단편영화를 찍은 옴니버스 영화를 발표한 경우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한 배우의 다른 모습을 담아내는 단편들을 모아놓은 영화는 한국에서 드물었다. 넷플릭스가 가수인 아이유를 캐스팅한 작품을 배급한 것은 넷플릭스가 이미 케이팝과 아이유의 세계적 영향력이 있어서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의 넷플릭스 사용자들도 접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했을 것이다. 만약 이런 작품을 일차적으로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면 흥행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여자 아이돌이 출연한 텔레비전 드라마가 시청률이 높았던 적은 있지만, 여자 아이돌이 출연한 영화가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획에서 특이한 점은 남성과 여성 감독을 동수로 정했기에 성별에 따라 아이유를 활용하는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과 <러브 세트>와 <썩지 않게 아주 오래>는 상업영화 감독, <키스가 죄>와 <밤을 걷다>는 독립영화 감독들이 연출했다는 면에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에서 여배우를 활용하는 관습의 차이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이 연출한 작품들은 아이유와 다른 여성의 관계에 주목하고, 남성이 연출한 작품들에서는 아이유와 연애하는 남성의 입장을 부각한다. 독립영화 감독들이 그려낸 아이유는 소박하고 친근하지만, 상업영화 감독들은 아이유의 화려하고 자극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이 칼럼에서는 첫번째 작품, <러브 세트>에 주목한다. ‘러브’는 사랑을 뜻하기도 하고, 테니스 경기에서는 무득점을 의미한다. 이는 영화가 다각적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영화는 테니스 코트에서 자두를 먹으면서 테니스를 보는 아이유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아이유는 초조해하면서 공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며 공을 받아치는 남녀의 기합 소리가 번갈아 들린다. 아이유는 질투를 느낀 듯, 다른 남자를 호출해서 테니스를 치는 자기의 영어 선생님(배두나)을 유혹하라고 사주한다. 아이유는 테니스를 치던 남자를 아빠라고 부르면서 배두나와 결혼하지 말라고 부탁한다. 이때 카메라는 아빠에게 매달린 아이유의 테니스복 아래의 다리를 비추는 동시에 배두나를 쳐다보는 아이유의 눈을 클로즈업한다. 배두나는 아이유에게 테니스 경기를 해서 아이유가 이기면 (자기가) 아빠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고, 자기가 이기면 아이유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라고 제안한다. 그들의 언어는 남성을 대상으로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서로에게 집중한다. 영화는 테니스복을 입은 아이유와 배두나의 몸매와 다리를 보여줌으로써 여느 상업영화처럼 여배우의 성적 매력을 이용하는 듯하다. 영화는 이내 테니스 경기를 하는 이들을 번갈아 보여주는데, 두 여성의 눈에 보이는 상대방 여성은 땀에 젖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그들의 몸은 상업영화에서 나타났을 법한 남성 시선의 성적인 대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경기 중 아이유는 넘어져서 무릎을 다치고 피를 흘리면서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을 짓는다. 일부 공포영화에서 여성이 다리 위로 생리혈을 흘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는 여성의 출혈을 성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그저 경기 중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부상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러브 세트>는 그 순간의 승부에 집착하는 두 경기자를 보여줌으로써, 기존의 상업영화가 여배우의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것이 남성 중심의 시선에서 구성된 관습이었음을 드러낸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