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술에 세금을 붙일 때 가격을 잣대로 삼는 ‘종가제’를 따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종가제 나라는 5개, 나머지 29개국은 용량, 알코올 도수에 바탕을 둔 ‘종량제’라 하니, 한국이 국제 주류세 체계에선 ‘비주류’인 셈이다.
종가제 방식의 주류세 탓에 불거져 있는 현안이 국산 맥주 역차별 시비다. 국산에는 출고가를 과세표준으로 삼아 72%의 세율을 적용한다. 수입 맥주에도 같은 세율로 매기지만, 수입가(세관 신고가+관세)를 과표로 잡기 때문에 실질 세액은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 ‘4캔 1만원’ 판촉 행사, 그에 따른 수입 맥주 열풍의 제도적 배경이다.
국내 주세 체계가 처음부터 종가제는 아니었다. 종량제(1949년 제정 주세법)→종량·종가제 병행→종량제 일원화(1961년)에 이어 1968년부터 일부 주종에, 1972년부터는 주정(술의 원료인 에탄올 성분)을 뺀 모든 주류에 종가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돌아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종가제 전환 배경은 복잡해진 가격 구조, 동일 주종 내의 가격 차 확대에 따른 공평성 시비 때문이었다고 한다. 물가 급등을 고려해 종가제로 바꿨다는 주장도 있다.
기획재정부가 50년가량 묵은 현행 주세 체계를 고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맡긴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개편 방안을 정해 다음달 초에 내놓을 예정이다. 핵심은 현행 종가제를 종량제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종량제의 원칙대로라면 도수 높은(낮은) 소주(맥주)가 상대적으로 불리(유리)해지니 ‘소맥’(소주와 맥주의 혼합)의 빈도와 농도에 변화가 일 수 있겠다. 이를 두고 ‘서민 술’ 소주에 세금을 더 물리려 드느냐는 반발과, 국민 건강을 참작해 도수 높은 술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는 찬성 논리가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 이전의 주세 개편 시도가 좌초한 것은 ‘국민 건강론’이 ‘서민 부담론’에 밀린 결과였다. 따라서 곧 나올 정부 개편안의 내용과 관철 여부는 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를 가늠해보는 잣대이기도 할 것 같다. 서민이 바라는 것(싼 술값)과, 서민을 위한 것(몸 건강) 사이의 저울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궁금하다.
김영배 논설위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