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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위기의 서울문화재단 / 김미영

등록 2019-04-21 18:17수정 2019-04-21 19:09

서울문화재단 김종휘 대표
서울문화재단 김종휘 대표

김종휘 대표 체제의 서울문화재단이 위기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 이후로 재단이 하는 각종 사업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더니, 내부에서도 직원들이 “이대로는 안 된다”며 재단의 변화를 요구 중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연극·무용 등 문화예술 전 분야에서 예술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는 약 180억원 규모로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등 13개 사업을 지원한다. 이 중 ‘예술작품지원’과 ‘청년예술지원’ 공모 결과 발표가 4월 중순 이후로 한달 가까이 연기되면서 예술인들의 반발을 샀다. 공모 결과 발표가 연기되면서 극단, 공연장들이 계획했던 올해 공연을 제때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항의가 빗발치자 서울문화재단은 “조직개편으로 인한 업무 과부하와 심의건수가 지난해보다 1.9배 이상 증가해 물리적인 업무량이 늘어난 탓”이라고 해명하며 예술인들에게 사과했다.

공모 결과 발표 날짜가 좀 미뤄진 게 무슨 큰일일까 싶지만 공연계에선 파장이 만만치 않다. 지원 없이 공연 올리기가 쉽지 않은 비인기 예술 분야는 공모 시기에 맞춰 공연 일정을 잡고 극장을 빌린다. 극장 대관 스케줄은 1년치를 미리 잡는 만큼 공모 결과 발표에 따라 대관을 하려고 하면 원하는 극장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공모 결과 발표가 연기되면 그만큼 공연 준비 일정도 밀리고, 자연스럽게 배우·스태프·극장·연습실의 스케줄이 차질을 빚게 된다. 한 연극인은 “공모에 선정될 경우 대관료를 내고, 떨어지면 대관 취소를 하면 된다. 그런데 이번엔 발표가 늦어지면서 아예 결과를 보지 못하고 취소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소극장 대관을 맡은 한국소극장협회 게시판은 이런 상황을 보여주듯 공연이 취소된 극장의 ‘긴급 대관 공모’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서울문화재단도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예술지원사업의 공모 결과 발표를 새달 3일로 연기했다가 이달 30일로 앞당겼다. 공연계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재단의 조직개편으로 인한 예술계 반발은 올해 초에도 있었다. 김 대표는 재단이 별도 조직으로 운영해온 공연장인 남산예술센터·삼일로창고극장을 재단 산하 지역문화본부 내 극장운영팀으로 배치했다. “방만한 조직을 단순화하겠다”는 의도였다. 연극인들은 서울문화재단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극장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반발했다. 공연장 운영에 개입해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극계가 문제를 제기하자 김 대표는 “우려를 불식하고자 올해 안에 다시 절차를 거쳐 별도 조직으로 분리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재단 운영이 매끄럽게 되지 못하고 예술인들의 반발을 사면서 대표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한 직원은 자신의 에스엔에스에서 “조직개편으로 내부에서 가진 혼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공고 올라간 시점과 심의를 진행하는 시점의 담당자가 바뀌고, 담당 부서가 바뀌었다. 지침은 복잡하고 시스템은 더 복잡하다”고 폭로하며 불만을 터트렸다.

예술계와 재단 직원들은 재단 운영을 둘러싼 잡음이 김 대표의 업무 능력에서만 나온다고 보지 않는다. 재단의 상위기관인 서울시가 예술을 정책수단으로 이용하며 재단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시가 ‘시민을 위한’ 생활예술사업 등을 지시하면서 재단의 주요 업무였던 예술지원사업 등이 타격을 받았다. 서울시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을 무시하고 “지원을 하니 간섭도 할게”라고 나서면 예술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보장받을 수가 없다.

잇따른 지적에 김 대표도 수습에 나섰다. 얼마 전에 재단 전 직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재단 직원들도 조직의 정상화를 위한 고삐를 당기기 시작했다. 내부 의견을 모아 조만간 대외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직의 변화에 분노했을 직원들이 어떤 이야기를 쏟아낼지 궁금하다.

김미영
문화팀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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