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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소방관 소원 좀 들어줘! / 안재승

등록 2019-04-09 18:11수정 2019-04-09 23:31

2014년 6월7일 낮 광화문광장.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로 기온이 29도를 웃도는 날씨 속에서 소방관들이 방화복과 안전장갑, 보호헬멧으로 완전무장한 채 릴레이 시위를 시작했다. 소방관들 앞에는 ‘안전도 빈부격차’ ‘평등한 소방 서비스’ ‘소방관을 국가직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방패처럼 세워져 있었다. 소방관의 국가직 공무원 전환을 정부에 끊임없이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접 행동에 나섰다. 소방관이 지방자치단체 소속이다 보니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의 경우 소방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 화재 대응에 문제가 발생하고 소방관들의 안전이 위협받기 때문에 국가직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소방관들은 화재 신고전화 ‘119’를 상징하기 위해 119명이 1인시위를 할 계획이었으나 윗선의 압력으로 5일 만에 중단됐다. 하지만 20년 된 소방차를 타고 불을 끄러 가거나 안전장갑이 해어져도 예산이 없어 자비로 구입해야 하는 열악한 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2017년 3월에는 인기 스타들이 나섰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일명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소방공무원법 개정안)을 지지하기 위해서다.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지역마다 다른 처우와 인력·장비 등의 격차를 해소해 전국적으로 동일한 소방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게 개정안의 취지였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본떠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소방관 고(GO) 챌린지’에는 가수 이승환을 시작으로 배우 김혜수·류준열·박보검·박정민·유지태·정우성·조우진·한지민 등이 참여했다.

소방공무원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찬성 입장을 밝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바람에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됐다.

강원 산불을 계기로 국회가 소방관들의 오랜 염원인 국가직 전환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청원이 사흘 만에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강원 산불이라는 대형 화재의 조기 진압을 통해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의 필요성이 더욱 분명하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9일 열린 행안위에서 소방공무원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하기 시작했다. “가장 욕먹는 직업인 국회의원이 왜 가장 존경받는 소방관을 안 도와주냐”는 우상호 민주당 의원의 말마따나 이번에는 자유한국당도 법안 처리에 협조하기를 바란다.

하나 더. 이번에 산불과 사투를 벌이는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의 열악한 근무 여건이 널리 알려졌다. 10개월 단위의 계약직인데다 일당이 10만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을 포함해 특수진화대의 처우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 관련 기사 : 소방관복 입은 이재정 “소방관 국가직 논의 일정 당장 잡자”

▶ 관련 기사 : ‘소방관 국가직’ 청원 20만 돌파…정작 국회 논의는 3년간 달랑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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