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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웹 30돌의 ‘테러 생중계’/ 구본권

등록 2019-03-19 17:31수정 2019-03-20 14:03

월드와이드웹(웹)은 지난 30년간 세상의 모습을 가장 많이 바꾼 기술의 하나다. 웹 등장 이전에 인터넷은 고퍼, 텔넷, 이메일, 파일전송(FTP) 등을 다룰 줄 아는 소수 전문가의 도구였다. 웹은 인터넷을 만인의 소통 도구로 만들었고, 오늘날의 초연결 세상을 불러왔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입자가속기 건설 등 방대한 연구계획을 추진하면서 “거대한 프로젝트와 실험 정보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1989년 3월 영국 출신 물리학자 팀 버너스리가 전혀 새로운 정보관리 시스템을 제안했다. 문서끼리 상호연결된 하이퍼텍스트 망이 1990년 연구소에 구축됐고, 오늘날 웹의 기본 구조가 됐다. 버너스리는 자신이 개발한 웹과 관련 기술(http, url)을 특허 없이 무료 공개했고, 인터넷 발달의 동력이 됐다. 자유로운 정보 유통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란 믿음에서다. 버너스리는 웹 30돌 기념 편지에서 “웹은 기회를 만들고 소외된 소수에게 목소리를 주며 생활을 편리하게 했지만, 사기와 증오를 비롯한 모든 범죄의 도구가 되었다”며 웹이 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테러는 인터넷의 그늘을 끔찍하게 드러냈다. 테러범은 범행 직전 극우 사이트에 선언문과 링크를 올린 뒤 카메라 단 헬멧을 쓴 채 페이스북으로 총기 난사를 생중계했다. 차단 노력에도 불구하고 17분짜리 테러 영상은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 검색 등을 통해 삽시간에 확산됐다. 페이스북은 테러 이후 24시간 동안 150만개의 테러 동영상 복사본을 삭제하고 차단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너 자신을 방송하라”는 표어의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전세계를 상대로 생중계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며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테러범의 악용에 대한 방비는 허술했다. 버너스리는 기업과 개인이 웹을 악용하는 것을 대비하지 못한 걸 후회하며 새로운 구조의 웹을 설계하고 있다. 그는 또한 웹을 공익과 인권의 도구로 만들기 위한 국제협약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웹 30돌은 인터넷 없던 시기에 만들어진 법규와 윤리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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