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중학 교육과정에서 시작된 코딩 교육 의무화는 올해 초등 5, 6학년으로 확대됐다. 학부모 불안 속에서 수백만원짜리 코딩 캠프와 학원이 등장했고 일부 유치원에서는 코딩 조기교육을 내세우고 있다. 언론은 영국, 프랑스, 미국 등 각국의 코딩 교육 실태를 전하고 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국장은 지난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교육혁신회의 강연에서 “코딩 교육은 시간 낭비”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세살짜리에게 코딩을 가르치지만 그들이 대학 졸업할 때면 코딩이 무엇인지 잊게 될 것이며 코딩 기술은 아주 빨리 쓸모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항상 있기 마련인데, 미래가 다르리라는 것은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딩 교육은 우리 시대의 기술이며 그것을 깊게 배우게 하면 큰 실수”라는 것이다. 슐라이허 국장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출범시키고 주관해오면서 세계 각국의 교육정책과 성과를 수십년간 연구해온 최고의 전문가다.
코딩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과정인데, 프로그램 언어는 계속 바뀐다. 1960년대엔 포트란, 코볼, 베이식이 주된 언어였지만, 2000년대엔 자바, C 사용이 늘어났고 근래엔 파이선, 텐서플로가 인기다. 최근엔 코딩을 알지 못해도 앱을 개발할 수 있는 노코드 플랫폼도 있다. 컴퓨터가 일련의 작업을 수행하도록 기계어를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게 코딩인데, 이는 인공지능이 뛰어나게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다. 프로그래머들을 만나보면 새 언어가 등장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직무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이 크다. 과거 컴퓨터학원에서 배운 도스(DOS) 명령어는 윈도 환경 이후 무용지물이 됐다.
응용기술이 빨리 변할수록 교육은 핵심과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유발 하라리가 한국을 찾아 한 말이다.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의 대부분은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쓸모없을 지식이다. 우리가 교육해야 할 것은 ‘어떻게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 ‘어떻게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는 생각을 키우는 독서교육이다. 피시(PC) 혁명을 불러온 빌 게이츠는 코딩 대신 자신이 읽은 도서 목록을 추천하는 열정적 독서가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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