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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크리틱] 기묘한 문학관 정책 / 이명원

등록 2019-02-01 16:47수정 2019-02-02 13:28

이명원
문학평론가·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최근 부산 지역의 언론보도를 보니, 부산 내 주요 사립문학관 3곳에 대한 부산시의 공공지원금 삭감 문제와 관련하여 논란이 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부산 문학을 상징하는 소설가 요산 김정한 문학관, 아동문학가인 향파 이주홍 문학관, 그리고 한국의 대표적인 추리소설 작가인 김성종이 설립한 추리문학관이 그것이다. 요점은 그간 부산시가 이들 문학관에 지원했던 도서관 지원금을 법률과 조례상의 근거를 들어 전액 삭감하고, 요산 문학축전, 향파 문학축전 등과 같은 행사지원금 역시 삭감해서, 사실상 문학관이 기능부전에 빠지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법률적 근거가 문학진흥법과 이에 근거한 부산광역시의 문학진흥 조례에 입각해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문학을 진흥한다는 법률과 이에 근거한 조례가 도리어 전국적으로도 모범적인 운영을 해온 지역의 사립문학관에 대한 지원 배제의 근거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나로서는 기묘하게 느껴졌다.

이 기묘함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근거와 자료를 찾아보니 원인은 이런 것이었다. 이들 사립문학관 3곳을 설립할 당시, 문학관과 관련한 등록·관리·지원의 법률적 근거가 미비했다. 그래서 이들 문학관은 도서관법에 입각해 사립전문도서관으로 등록했고, 이에 근거해 부산시로부터 사립도서관 운영지원 사업상의 예산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2016년에 문학관의 설립·등록·지원 근거를 명시한 문학진흥법이 공포·시행되고, 이에 근거해 2017년 3월에는 부산시 문학진흥 조례가 만들어지면서, 기존의 도서관법에 입각한 문학관 시설의 일부인 전문도서관을 근거로 한 도서관 지원금을 지원할 근거가 사라졌다는 게 부산시의 입장인 듯하다. 이제 문학진흥법과 부산시 문학진흥 조례가 만들어졌으니, 이에 근거해서 문학관을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게 타당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예산지원을 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부산시의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학진흥법과 같은 새로운 법률이 공포되고, 문학진흥 조례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이들 문학관 3곳이 그 즉시 문학진흥법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이들 문학관 3곳은 문학진흥법상의 법률적 요건에 맞춰 기존의 ‘전문도서관’에서 ‘사립문학관’으로 새로운 등록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것 역시 제도가 변화하는 데 따르는 생각지 못한 여러 어려움을 낳는다.

동시에 도서관법과 관련한 문제도 여전히 남는다. 이들 문학관은 전시실, 자료실, 세미나실, 도서관 등의 복합시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문학진흥법과 문학진흥 조례에는 도서관의 운영과 시설, 사서 문제 등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전문사서 부재 등은 여전히 남는 문제이다.

문학진흥법이나 관련 조례는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문학관 제도를 포함해 문학을 진흥하고 공공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관련 근거다. 이 법의 최우선 취지는 이름 그대로 문학을 ‘진흥’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과 조례를 근거로 해 예산지원을 중단하거나 삭감한다는 것은, 입법 취지나 조례의 제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 된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부산의 이들 문학관 3곳은 부산만의 문학유산과 시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산의 소설, 향파의 아동문학, 김성종의 추리문학은 한국의 문학계에서도 크게 존중할 만한 전통이다. 논란이 된 문학관 지원예산과 관련한 부산광역시의 전향적인 개선·보완책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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