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아기’ 논쟁은 생명과학 분야를 넘어 과학기술 윤리의 최전선이다. 2018년 11월 중국 남방과학기술대의 허젠쿠이 교수가 유전자가위(CRISPR·크리스퍼)를 이용해 인체 특정 유전자를 편집한 아기 출산에 성공한 사실이 공개됐다. 체외수정된 쌍둥이 자매의 유전자를 배아 단계에서 조작해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 특성을 지니도록 하고 자궁착상시켰다. 캅카스(코카서스)인의 약 1%는 에이즈 바이러스 면역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이를 이용해 ‘에이즈 걸리지 않는 인간’을 명분으로 내건 것이다. 두 여자아기는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유전자 조작은 한 아기에게서만 성공했다.
2016년 영국은 세계 최초로 ‘세 부모 아기’를 허가했다. 미토콘드리아 결함을 지닌 엄마의 난자에서 빼낸 핵을 다른 여성의 난자에 주입한 뒤 아빠의 정자와 체외수정시키는 방식의 출산이다. 아기는 99.8%의 유전형질을 엄마 아빠로부터, 0.2%의 유전자를 난자 공여자로부터 받아 ‘세 부모 아기’로 불린다. 관련 법령이 없는 멕시코·우크라이나에서 성공사례가 보고되었으며, 2019년 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엠브리오툴스 의료진은 불임증의 32살 그리스 여성에게 시술해 27주째 성공적 임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에서는 ‘세 부모 아기’가 금지돼 의료진은 그리스의 연구진과 협업했다.
논란은 번지고 있다. 허젠쿠이 교수는 <네이처>에 논문을 투고했다고 밝혀 <네이처>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정부는 허 교수와 연구진을 엄벌하기로 하고 대학에서 해고했다. 세 부모 아기 사례에서 보듯, 연구자는 규제가 미비한 국가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연구 목적과 결과는 에이즈 면역, 치명적 유전병 퇴치 등으로 제시된다. 시험관 아기는 1978년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 엄청난 반대여론에 부닥쳤지만 이후 1천만명에 가까운 생명이 덕분에 빛을 만났다. 시험관 시술의 아버지 로버트 에드워즈에겐 2010년 노벨 의학생리학상이 수여됐다.
과학은 불가능의 세계에 매혹되고 기술은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화학무기와 인간유전자 조작 금지는 국제 연구계의 합의로 지탱되어온 영역이다. 연구계가 윤리 논란이 있는 연구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제시하는 사례다. 자율규제 연구윤리 모델에 균열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유발 하라리 같은 이는 생명 조작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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