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상징물은 ‘시그마 요정’이다. 통계에서 많이 쓰이는 시그마(Σ·합계를 나타내는 수학 기호)를 형상화한 것이다.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 때 사용하는 상징물이 통계청 차원의 캐릭터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조형물로도 만들어져 대전 통계전시관 입구에 서 있다.
‘시그마 요정’ 통계청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가계동향조사 표본 7200가구에 가계부를 쓰도록 하고 불응하면 최대 2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통고했다가 비판 여론과 문재인 대통령의 질책 뒤 되물리는 소동을 겪었다. 통계법(제41조)은 조사 불응 가구에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지만 실제 부과로 이어진 적은 없다.
고압적인 권위주의 태도로 비쳤을 통계청의 행태는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통계를 작성하는 현장 조사원들의 어려움이 만만찮고 심해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인 듯하다. 1인가구·맞벌이가구 증가, 개인정보 보호 의식 강화로 제대로 된 응답을 받아내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다들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탓에 표본가구와 대면 접촉하려는 시도는 원천 차단되는 일이 잦다. 주거 형태가 폐쇄형인 아파트 위주란 점은 이런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이다. 조사원들이 폭언·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왕왕 벌어진다고 한다. 이번에 말썽의 빌미가 된 가계동향조사의 응답률이 2010년 80.6%에서 2015년 75.4%, 2017년 72.5%로 떨어지고 있는 데서 이런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통계청은 조사 대상 가구의 편의를 위해 2006년 전자가계부 시스템을 도입했고, 올해 하반기 중 가계동향조사를 위한 새 시스템 개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조사에 응한 가구에 다달이 지급하는 답례품을 5만원 상당에서 올해 6만5천원 수준으로 높였다. 하지만 시류 변화에서 빚어지는 현장조사의 애로를 풀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통계법의 과태료 조항뿐 아니라 ‘성실응답 의무’(제32조) 또한 실제 집행하기는 어려운 선언적 규정이다. 사생활 보호와 통계조사의 필요성을 두루 충족하는 길은 이래저래 멀고 험난해 보인다. 응답자의 선의에 기대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부실하거나 부정확하게 이뤄진 통계조사에서 비롯될 폐해가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국가의 주요 정책이 여기에 바탕을 두고 추진되기 때문이다.
김영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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