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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불황이라는 과소망상 / 이재성

등록 2019-01-02 17:58수정 2019-01-03 13:42

이재성
탐사에디터

해가 바뀌면서 삶의 태도에 관한 아포리즘에 자주 눈길이 머문다. 며칠 전에는 ‘성공하는 사람과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의 특징’에 관한 글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칭찬한다 : 비판한다’ ‘아이디어에 대해 말한다 : 사람에 대해 말한다’ ‘변화를 수용한다 : 변화를 두려워한다’ 같은 항목 말이다. ‘성공’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든다면 성공을 ‘행복’이라고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직업 특성상 칭찬보다는 비판에 익숙한 처지라 속으로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별로 없으니 이러쿵저러쿵 사람에 대해 말하게 되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관행에 안주해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도 새해부터는 마음을 바꿔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수십년 익숙해진 습성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무의식적으로 사는 것보단 나을 거라고 스스로 다독여본다. ‘칭찬과 비판’의 경우 각자의 성격이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이디어’나 ‘변화’ 같은 항목은 아무래도 나이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미래를 말하기보다는 회고에 젖기 쉽고, 변화를 싫어하기 마련이다. 잇단 망언과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으로 당 지지율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런 경우다.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노화는 아집과 독선의 동의어가 되기 쉽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앞서 말한 두 부류의 특징 비교 중에는 ‘끊임없이 배운다’와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한다’도 있다. 한때 여의도에서 똑똑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였던 이 대표는 스스로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고 업데이트를 게을리한 것 아닐까.

성공(행복)의 공식을 회사나 국가 같은 공동체에 적용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낙천적인 사람이 많은 회사와 나라가 더 활기차고 잘될 수밖에 없고, 과거의 경험에 기대어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공동체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후자에 가까운 것처럼 보인다.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변화 거부 세력의 의도된 정치 공세가 우리 경제를 불황이라는 ‘과소망상’에 빠져들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내일이라도 당장 망할 것처럼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경제 주체들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비판은 맥락을 거세한, 사실상 왜곡에 가깝다. 물가 인상을 반영한 실질 경제성장률(집권기간 평균)을 보면, 노무현 정부 4.5%, 이명박 정부 3.2%, 박근혜 정부 3.0%로 노무현 정부가 가장 높다. 올해도 잠재성장률 근사치인 2.4~2.7%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프가 우하향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가 갑자기 나빠진 게 아니라 성장률이 경향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말대로 잠재성장률 자체를 높이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대기업 위주의 고용 없는 성장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불가능한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밝힌 “경제정책의 기조와 큰 틀을 바꾸는 일”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특히 청년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기회를 줘야 한다. 기성세대의 공고한 성채에 짓눌렸던 청년들이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패자부활 시스템을 만들고, 설령 무모해 보일지라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꽃피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우리 경제의 활로는 거기 있지 않을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했듯이 경제는 기대다.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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