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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산재 사망률 1위인 ‘로봇 천국’ / 구본권

등록 2019-01-02 17:01수정 2019-01-02 21:37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은 새로운 걱정거리를 가져왔다. 킬러로봇과 스카이넷처럼 인류 생존을 위협할 강한 인공지능의 출현 가능성이다. ‘킬러로봇 금지’ 캠페인이 시작되었고, 자율살상무기를 논의하는 정부간 회의가 열리고 있다. 강한 인공지능에 대한 석학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인공지능 윤리헌장을 제정한 나라들이 늘고 있다.

한국은 ‘로봇 천국’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7년 한국 노동자 1만명당 산업용 로봇은 710대로, 로봇 밀집도에서 8년째 압도적 세계 1위를 기록중이다. 기계·전자 등 제조업 위주의 국내 산업구조와 관련이 깊지만, 산업용 로봇의 주된 목적은 생산비 절감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산업재해 사망률 1위 국가다. 1994년 이후 통계가 제공되는 2016년까지 23년 동안 두 차례(2006, 2011년)만 터키에 1위를 내줬을 뿐 ‘산재 사망률 1위국’의 불명예를 벗은 적이 없다. 2017년 통계가 반영되면 지표는 더 추락한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산재 사망자는 2016년 2040명에서 2017년 2209명으로 10% 가까이 늘어났다. 주 5일 노동 기준 매일 9명이 산업재해로 숨지는 상황이다. 왜 산업용 로봇 1위국이 산재 사망률 최악의 국가가 된 것일까.

지난해 12월26일 충남 아산의 한 식품공장에서 로봇에 의한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포장 공정 컨베이어벨트를 수리하던 노동자의 머리를 산업용 로봇이 가격한 것이다. ‘킬러로봇’이라서 사람을 공격한 게 아니다. 사람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센서와 시스템이 없거나 작동하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한 로봇을 허용하고 운용한 사회의 책임이다.

오이시디 2015년 통계에서 10만명당 산재 사망자는 영국이 0.4명으로 최저이고, 한국은 영국보다 20배 이상 많은 10.1명이다. 저절로 된 게 아니다. 영국은 2007년 ‘기업 과실치사 및 살인법’을 제정해 기업 부주의로 노동자가 숨지면 이를 범죄로 보고 상한 없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미래의 킬러로봇과 강한 인공지능을 걱정할 게 아니다. 테러집단이 얼마든지 현재 기술로 더러운 전쟁을 저지르는 세상이다. 현재의 로봇이 무엇과 누구를 위해 설계되어 사용되는지 살펴보고, 사람을 공격하지 않게 해야 한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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