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카이퍼벨트의 소행성 ‘울티마 툴레’에 접근하는 모습의 상상도. 나사 누리집 갈무리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알려진 세상의 끄트머리 경계에 있는 땅을 ‘울티마 툴레’(Ultima Thule)라고 불렀다. 당시 문학작품과 여행기, 지도 등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 단어를 직역하면 ‘극북의 땅’, 그러니까 ‘북쪽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란 뜻이다. 울티마 툴레는 사람이 살고 있거나 살 수 있는 지리적 한계에 있는 장소였다.
고대 지중해권 문헌에서 ‘툴레’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지리학자이자 탐험가인 피테아스가 당시 그리스로 들어오는 멋진 상품들의 근원지를 찾아 북유럽을 다녀온 뒤 쓴 기록에서다. 1세기 그리스 천문학자 제미누스는 ‘툴레’라는 낱말의 기원이 “태양이 쉬러 가는 곳”인 북극에서 온종일 밤이 지속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고대어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다. 북방 한계 거주지역을 뜻했던 ‘툴레’에 천문학적 공간 개념이 보태진 셈이다. 그러나 서양의 중세와 근대 초기까지도 울티마 툴레는 대체로 아이슬란드 또는 그린란드를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1539년에 제작된 북유럽의 해양지도 ‘카르타 마리나’의 일부. 오늘날 스코틀랜드 북방 오크니 제도를 ‘틸레’(툴레의 다른 표기)라고 쓰고 인근 해역엔 바다 괴물을 그렸다. 출처 위키피디아
21세기 들어 울티마 툴레는 차원이 다른 천문학적 공간으로 인식의 범위가 확장됐다. 새해 첫날인 2019년 1월1일, 지구에서 61억㎞나 떨어진 카이퍼벨트에서 날아올 우주 메시지는 극적인 상징이다. 2006년 1월 나사가 발사한 명왕성 무인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는 이날 ‘2014 MU69’로 명명된 소행성에 3500㎞ 거리까지 근접 비행을 하면서 태양계 시원의 비밀을 담은 사진들을 보내올 예정이다. 20~30㎞ 길이의 오뚝이 모양 바윗덩어리인 이 천체의 별명이 바로 울티마 툴레다.
카이퍼벨트는 태양계 외곽에 도넛 모양으로 형성된 소행성 밀집 지대다. 약 46억년 전 태양계가 탄생할 때 태양과 그 주변을 공전하는 행성들이 만들어지고 남은 암석 조각들로 이뤄졌다. 카이퍼벨트 바깥쪽엔 그보다 더 작은 우주먼지와 얼음물질들이 분포하는 ‘오르트 구름’이 태양계의 최외곽 경계를 구성한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태양계 끝자락까지 날아간 뒤 그 너머로 사라져갈 우주탐사선을 ‘뉴호라이즌스’(새로운 지평선)라고 명명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좀체 하늘을 볼 일이 없는 현대인들도 세밑과 새해엔 새삼 해넘이와 해돋이를 본다. 365일 뜨는 해가 어느 날이라고 다를까마는, 가끔은 밤하늘을 보며 ‘나만의 울티마 툴레’를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
조일준 국제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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