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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발] 서울 아파트값, 이제 겨우 0.3% 내렸다 / 안재승

등록 2018-12-25 14:46수정 2019-03-12 16:09

안재승

논설위원

‘9·13 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11월부터 급등세가 진정되고 하락세로 돌아서자,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한파’ ‘거래 빙하기’ 등 부동산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는 투기 억제책을 풀고 출구전략을 마련하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과연 ‘집값 경착륙’을 걱정할 정도로 서울 아파트값이 떨어졌을까? 한국감정원의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11월5일 상승세가 멈췄고 이후 12월17일까지 평균 0.27% 내렸다. 강남 4구인 강남·강동·서초·송파구는 0.67% 하락했다. 반면 지난해 5월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올해 11월5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1.4%, 강남 4구는 13.8% 올랐다. 기준 시점을 2014년 박근혜 정부의 ‘7·24 대책’으로 잡으면, 올해 11월5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27.7%, 강남 4구는 34.7% 올랐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높이고 다주택자에 대한 청약 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는 등 거의 모든 규제를 풀었다. 집값 급등의 시발점이었다.

그래픽 김승미
그래픽 김승미
최근 한두달 사이 1억~2억원씩 떨어진 강남권 아파트들도 집값 경착륙의 사례로 제시된다. 하지만 이들 아파트는 최근 몇년 동안 값이 수억~십수억원씩 치솟은 곳들이다. 한 예로 잠실주공5단지 76㎡의 경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 9월 19억원에서 11월 17억3750만원으로 1억6천만원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2017년 5월 15억원이었고 2014년 7월엔 11억원대였다. 왕창 오른 뒤 찔끔 내린 것이다.

지난해 나온 ‘8·2 대책’의 하나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올해 4월 시행되면서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을 때도, 보수언론들은 ‘주택시장 침체’ ‘거래 절벽’ 등 호들갑을 떨었다. 정부는 지레 겁을 먹은 탓인지 예상보다 후퇴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내놨다. 시장은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약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였고 집값은 다시 뛰어올랐다. 이번에는 절대로 뼈아픈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내년은 아파트값의 거품을 빼고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9·13 대책은 세금 강화와 대출 규제를 통해, 다주택자들이 거주 목적 이외의 주택을 내놓게 하고 1주택자는 이사 등 실수요 목적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주택자가 되지 못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서울의 주택시장은 다주택자들이 흐름을 좌우해 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주택 소유 통계’를 보면, 2017년 기준 서울의 다주택자 수는 52만명으로, 전체 주택 보유자 중 30%에 육박한다. 주택 공급을 늘려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고 무주택자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아직까지는 다주택자들이 눈치를 보면서 매물을 내놓지 않고 매수 희망자들은 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거래만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9·13 대책의 약효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다주택자들도 더는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강화된 종부세를 피하려면 내년 5월까지 집을 팔아야 한다. 세율만 오르는 게 아니다. 현재 공시가격의 80% 수준인 공정시장가액이 내년부터 매년 5%포인트씩 올라 2022년엔 100%가 된다. 시가의 60~70% 수준인 공시가격을 올리는 방안도 준비되고 있다.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종부세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구조다. 세금 부담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는 얘기다.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투기로 시세차익을 챙길 생각은 접어야 한다. 마침 내년에는 아파트 공급 물량도 늘어난다. 부동산114의 집계를 보면, 서울의 내년 민간아파트 분양 계획 물량이 7만2873가구로 올해 1만8524가구의 4배 가까이 된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할 일은 명확하다. 흔들리지 말고 투기 억제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후분양제 도입과 분양원가 공개 등 추가 대책을 통해 분양시장을 건설사나 투기꾼이 아닌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중산층도 살고 싶어 하는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모두 실패한 ‘주택시장 정상화’,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

jsahn@hani.co.kr

▶ 관련 기사 : 지난해 주택 자산액 1억원 이상 증가자 104만명

▶ 관련 기사 : 내년 민간아파트 분양 39만가구…서울은 7만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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