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미국 상장기업 중 애플에 이어 두번째로 시가총액 1조달러(한화 1117조5천억원)를 넘어선 것은 올해 9월. 제프 베이조스가 1995년 시애틀에서 인터넷서점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 23년 만이었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뿐 아니라 음식 배달, 의류, 의약품 판매, 부동산 중개, 식료품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왕성한 포식자다. 아마존이 어떤 분야에 들어온다는 얘기만 들려도 관련 기업의 주식값이 떨어지고 투자자들이 벌벌 떠는 ‘아마존 효과’가 나타난다.
아마존 효과는 유통업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각국 중앙은행을 고민에 빠뜨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아마존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가격결정 방식 변화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 물가 관리라는 중앙은행의 주 임무에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어서다. 지난 8월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주요국 중앙은행총재·경제전문가 연례 모임)에서 아마존 효과가 현안으로 떠올랐던 배경이다.
잭슨홀 미팅 당시 알베르토 카발로 하버드대 교수는 ‘아마존 효과에 따른 대형 유통업체의 가격결정 방식 변화와 인플레이션 영향’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온라인 소매업계 경쟁 격화로 가격변동 주기가 빨라지고, 가격은 단일해지며, 소매가격이 외부 충격에 민감하게 반영함을 실증한 내용이다.
한국은행이 11일 내놓은 ‘온라인 거래 확대의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는 한국에서도 나타난 아마존 효과의 실증 연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분석 결과 2014~2017년 근원인플레이션(에너지·식료품 제외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0.2%포인트 안팎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이 지난달,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것을 둘러싸고 법석을 떨었던 것을 생각하면 작지 않은 폭이다.
아마존 효과는 물건 값만 떨어뜨리는 게 아니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일자리도 줄인다. 한은 분석에서 국내 도소매업 부문 취업자 수는 아마존 효과 탓에 연평균 1만6천명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소매업의 온라인화, ‘아마존고’ 같은 무인점포 확산 분위기는 국내외적으로 이런 흐름에 속도를 더한다. 온라인에서 한눈에 가격을 비교해 싼 것을 골라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편리함에 따르는 비용이다. 우리는 대개 아마존 효과를 누리는 소비자인 동시에 점점 싸게 몸을 팔아야 할지 모를 노동자다.
김영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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