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고려대학교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고려대가 추진하고 있는 시간강사 최소 채용 방침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강사들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계약에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등 강사들의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강사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코앞에 두고 있다. 그러자 여기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아예 강사 수를 줄여버리려는 대학들의 움직임이 언론에 속속 보도되고 있다. 지난 23일 사립대 총장들은 “강사법이 강사들의 대량 실직을 낳는다”며 대놓고 교육부를 성토했다. 이른바 ‘강사법의 역설’이다.
그러나 이 말은 단지 절반의 진실만을 보여주는 데에 그친다. 대학은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강사를 줄여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6개 대학을 대상으로 취합한 자료를 보면, 2006년에는 ‘비정년트랙’ 교원이 전체 교원의 4분의 1 이상 되는 대학이 아예 없었다. 그런데 2016년이 되면 46개 대학 가운데 25개 대학이 전체 교원의 4분의 1 이상을 비정년트랙 교원으로 채우고 있는 실상이 확인된다. 전임교원이지만 ‘상대적으로 임기가 짧고 임금이 적은’ 비정년트랙을 다양한 방식으로 양산해, 이들에게 그동안 강사들이 맡던 강의를 몰아줬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학의 최대 관심사는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한 각종 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니 ‘전임교원 확보율’ ‘전임교수 강의 담당 비율’ 같은 평가 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이런 식의 ‘구조조정’이 상시적으로 가동되어왔던 것이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쓴 김민섭 작가는 2015년 말 강사로 일하던 대학을 그만두면서 “맥도널드는 퇴직금을 지급하지만 대학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자유주의의 첨병’이라는 맥도널드보다도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대학의 맨얼굴을 꼬집은 말이었지만, 이 말에 수치심을 느낀 이는 대학 내 극소수에 불과했다. 8년이나 강사법이 유예되는 동안, 신분 보장도 처우 개선도 받지 못한 강사들이 야금야금 설 자리를 잃어가는 동안, 이들과 손을 맞잡은 이도 대학 내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제 대학은 “노동권 강화가 대량 해고를 부른다”는, 맥도널드나 할 법한 이야기를 수치심은커녕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내뱉는 데 이르렀다. 실라 슬로터와 래리 레슬리가 “외부의 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과 교수들의 시장 행위와 유사 시장 행위”를 비판하며 ‘대학 자본주의’라는 말을 쓴 게 벌써 20여년 전이다. 이젠 ‘대학이 기업이 됐다’는 말조차도 식상하게 들린다. 차라리 이렇게 묻고 싶다. 맥도널드가 되고 싶어 하는 대학이 우리 사회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최원형 책지성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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