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팀장 미-중 무역전쟁의 배경과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정책을 알기 위한 필독서로 꼽히는 책이 있다. 미국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센터장인 마이클 필즈버리가 쓴 <백년의 마라톤>이다. 컬럼비아대에서 중국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필즈버리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부터 국방부 등에서 일하며 수십년 동안 군부를 비롯한 중국의 고위급 인물들과 긴밀하게 접촉해온 중국통 전략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29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한 최고 권위자인 필즈버리”라며 그의 영향을 받았음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백년의 마라톤>의 메시지는 간명하다. 중국공산당은 정권을 잡은 1949년부터 ‘최강대국’이 되려는 글로벌 야망을 키워왔으며, 마오쩌둥, 덩샤오핑,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건국 100주년인 2049년 미국을 꺾는다는 목표 아래 미국의 기술을 훔치는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패권을 추구해왔다는 것이다. 이를 주도한 것은 중국 군부 강경파라고 필즈버리는 주장한다. 소련을 견제하는 미-중 화해의 대담한 전략을 짠 것도 강경파 장군들인 천이·녜룽전·쉬샹첸·예젠잉이었고, 시진핑 주석의 ‘중국의 꿈’은 인민해방군 장성 류밍푸가 쓴 <중국의 꿈>(2009)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민주주의로 향하고 책임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 여겼던 미국의 대중국 포용정책은 완전히 기만당했고, 미국은 이제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전방위적 전략을 실행해야만 한다는 내용이다. 10월4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중국을 향한 ‘신냉전 선언’으로 꼽히는 연설을 한 곳도 필즈버리가 이끄는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센터였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은 도발적인 방법으로 우리 국내 정책과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며 중국의 무역·투자 불공정 행위, 지식재산권 “도둑질”, 국가 자본주의의 불공정 경쟁, 해킹과 스파이 행위, 일대일로의 “빚 떠안기기 외교”, 위구르인 100만명 강제수용소 구금 등을 조목조목 비난했다. 미국 지도부의 이런 인식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12월1일 정상회담으로 미-중 갈등이 마무리되기는 어렵다. 관세 부과 중단 정도의 타협 또는 ‘일시적 휴전’을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중국 첨단기술 확보에 대한 미국의 압박, 대만·남중국해 등을 둘러싼 전략적 대결, 군비 경쟁은 계속 고조될 것이고,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중의 긴밀한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신냉전이 장기화하면, 복잡하게 얽힌 미-중 경제구조 때문에 세계는 미-소 냉전 때보다도 훨씬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미-중 양국의 정치적 퇴행이 일종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형성하면서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자기반성은 없는 미국의 중국 때리기를 원망하면서도, 중국 정치의 퇴행을 걱정하고 개혁개방과 자력갱생 구호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경제정책에 한숨짓는 중국인도 많다. 최근 만난 한 중국인 학자는 “무역전쟁에서 이익 보는 것은 트럼프와 시진핑이다. 모든 문제는 외부의 적 탓으로 돌리고, 정치와 사회는 마음껏 통제할 수 있는 구실이 되니까”라고 말했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는 “미국 금융자본이 이익을 독차지하면서 대중들은 포퓰리즘에 의지하고, 미국은 중국을 적으로 만들어 위기를 돌파하려는 신냉전을 시작했다. 중국도 싸울 수밖에 없다. 양쪽 모두 ‘누가 더 나쁘냐’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신냉전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냐고 물었다.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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