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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등록 2018-11-01 05:38수정 2018-11-01 17:34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 2019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다. 5일에는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여·야·정 협의체 회의를 한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다시 한번 문재인 정치의 성공을 기대한다.

대통령제는 의회와 대통령을 각각 선출해서 상호 협력하고 견제하도록 설계한 제도다. 총선 한판으로 정권의 향배를 결정짓는 의원내각제와 다르다.

대통령은 이중의 지위를 갖는다.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다. 대외적으로는 국가 원수지만, 대내적으로는 행정부 수반일 뿐이다. 반쪽짜리 권력이다.

의회 권력과 대통령 권력이 확실히 구분되는 미국은 행정부 수반 성격이 훨씬 더 짙다. 오바마 정부, 트럼프 정부가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 트럼프 행정부라고 부르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많이 다르다. 박근혜 행정부, 문재인 행정부라는 말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라고 한다.

유권자는 대통령에게 국정에 대한 무한 책임을 요구한다.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하면서 국회와 행정부 권력을 모두 장악했던 제왕적 대통령 문화 탓이다.

1987년 이후 대통령제라는 제도와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문화의 불일치로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했다. 반쪽짜리 권력을 쥔 대통령이 제왕의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3당 합당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의원 영입과 날치기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신당 창당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정분리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모두 실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을 원내대표 자리에서 몰아낸 것은 반쪽짜리 권력을 쥔 대통령이 제왕의 권력을 행사하려고 한 무리수였다. 대통령의 억지는 정권의 몰락을 자초했다.

역대 대통령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지위를 착각한 데 있다. 국정 운영은 행정부 수반 자격으로 해야 하는데도, 국가 원수 자격으로 하려고 했다. 정치가 아니라 통치를 하려고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역대 대통령의 이런 흑역사를 안다. 노무현 정부의 당정분리 대신에 ‘민주당 정부’를 선언했다. 취임사에서 “국정 운영의 동반자인 야당과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약속을 잘 지킨 것 같지 않다. 왜 그랬을까? 2017년 첫해는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2018년에도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몰두하느라 숨돌릴 틈이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랜만에 기자들과 등산을 했다. 이제 좀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정기국회 마무리가 중요하다. 중요한 입법이 많은 만큼 국회하고도 협력해야 하고 예산안도 잘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했다. 옳은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본래 권력이나 권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정직함과 소탈함으로 오늘의 지위에 올랐다. 국정 운영에서는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 어렵지도 않다. 대통령제를 제대로 하면 된다. 국회와 함께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겠다고 선언하고 실천하면 된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입법을 위해 야당 의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하고 타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치적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인 문재인은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2·8 전당대회에 당내 원로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표로 나서서 당선됐다.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하려고 하자 중진들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했지만 막지 않았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이 위기에 처하자 2012년까지 ‘박근혜 사람’이었던 김종인 전 대표를 영입해 전권을 넘겼다. 더불어민주당이 1당을 차지했다. 그 탄력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를 끌어냈다.

몇 차례 고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렸던 정치적 선택과 결단이 결과적으로 모두 옳았다. 정치는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

집권 2년 차 정기국회를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민주주의에는 선악이 없다’(이관후)

‘남남 대결은 계속될 것인가’(이대근)

‘비준 갈등, 정치 아니면 무엇으로 풀 건가’(복면칼럼)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 2019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다. 5일에는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여·야·정 협의체 회의를 한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다시 한번 문재인 정치의 성공을 기대한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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