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나 지금 뭐래니 나도 몰라/ 너 조금 놀랬지 미안해 사과/ 나 내일 일어나면/ 후회할 거 알아도/ 질러 보려 해 해 해 해.’ 한때 음원차트를 휩쓸던 가수 산이와 매드클라운의 발라드 랩 ‘못 먹는 감’을 듣다가 문득 이들이 자유한국당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착각에 빠졌다. 일방적 사랑 고백을 담은 노랫말과 힙합 비트가 중독성 있다. 딸의 애청곡이라 가끔 함께 듣는다. ‘아 몰라 못 먹는 감/ 걍 그림의 그림의 떡.’ 요즘 자유한국당의 보수 대통합 드라이브가 딱 이런 모양새 같다. ‘보수집단 전체에 있어 자유한국당의 중심성 강화’를 통한 보수 단일대오 형성이 목표다.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선 누구든 뭉쳐야 한다는 게 대의명분이다. 실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미 항로를 이탈해 ‘산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파면, 대통령 선거와 6·13 지방선거 참패로 존폐 위기에 몰린 자유한국당은 지난 7월 ‘김병준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쇄신과 보수 가치 재정립을 약속했다. 석달이 지났지만, 공허한 개념어만 난무한다. 자유·민주·공정·포용을 당의 4대 가치로 제시한 게 고작이다. 인적 청산은 눙치고 가는 분위기다. 김병준 비대위는 전원책 변호사를 비롯해 외부인사 4명을 포함한 조직강화특위를 믿어보라 한다. 253곳 당협위원장 사퇴서를 받아놨다. 하지만 전 변호사를 내세워 인적 청산의 시늉만 한다는 의심이 많다. 홍준표·김무성 전 대표를 전당대회에 못 나오게 하겠다고 으름장도 놓는다. 그런데 홍 전 대표는 당 지지율 하락 등을 제시하며 당 밖의 인사를 데려와 당을 손보려 하는 건 자정기능을 상실한 징표라며, 되레 김병준 비대위와 전원책 조강특위를 조롱한다.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김용태 사무총장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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