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지난 9월5일. 서울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에서는 ‘문학주간 2018 문예지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지 공공지원 정책의 개선방향을 공론화할 목적으로 문예지 편집자, 작가·평론가, 출판 전문가, 독자 60여명이 토론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지역문예지 지원 활성화의 쟁점’이라는 발표를 했는데, 생각해보면 지역에 한정하지 않고 한국의 문예지 공공지원 정책에 대한 발표였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권 당시 이른바 문화인 블랙리스트 사태는 문예지 지원 정책에도 매우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다. 사업 자체를 폐기해버렸기 때문이다. 독재정권에 대한 문인들의 저항이 적극적이었기 때문일 텐데, 그러다 보니 문학과 관련한 각종 공공지원·심의제도가 뒤틀리고 왜곡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우수문예지 공공지원 정책의 폐기였다. 새 정부 들어 다시 부활된 우수문예지 발간 지원 제도의 총예산은 10억원이다. 이 예산으로 전국의 월간, 계간, 반년간 문예지 및 기관지 발간을 지원하고 있다. 그렇게 지원받는 전국의 문예지는 총 50종인데, 평균하면 종당 2000만원의 공적 지원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한국의 전국 문예지 지원 정책에 투입되는 10억원이라는 예산을 어떻게 봐야 할까. 시인·작가들의 창작을 활성화하고, 문학출판의 지속가능한 토대를 구축하면서, 독자들의 접근권·문화적 향유권을 보장하는 데 이것은 적합한 예산 규모일까. 2017년 현재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 규모는 116억8000만원이다. 부산시가 63억9000만원을 지원하고, 국비가 애초에 15억원 지원되던 것이 박근혜 정권에서 반 토막이 나 현재는 7억6000만원이 지원되고 있다. 여기에 민간 협찬 등 자체 경비 45억3000만원이 더해진다. 시와 국가의 공적 지원 예산만 따로 떼어내도 70억이 넘는 공적 지원이다. 나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그만한 공적 지원이 필요하고 더 확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임기 중 1000억원의 부산국제영화제 지원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개별 영화제의 7분의 1 수준에도 미달되는 공적 지원으로 대한민국 전체의 문예지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현실은 문학을 포함한 기초예술 지원 정책의 명백한 허구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기초예술의 토대가 건실해야 이로부터 응용·상업·대중문화예술이 다양한 방식으로 심화·확대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한국의 기초예술 지원 정책은 시장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권위주의적인 통제에 입각해 사실상 국가문화예술 정책을 포기한 것이었다. 시장주의적 접근을 강조했던 관료들은 기초예술에 지원하면 뭐 하나, 그 효용성과 생산성을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데, 하는 식으로 말했다. 권위주의에 빌붙었던 문화관료들은 통치자의 심기를 거스르거나 이에 저항한다면, 과감하게 제도도 부수고 공적 지원을 중지함으로써, 저항하는 기초예술인 자체를 박멸하고자 했다. 그것의 한 방법이 예술가 정책이나 매개 기관·공간 등의 활성화를 회피하는 대신, 전국 각지에서 관객들의 참여도 별반 없는 전시성 행사·축제 등으로 예산을 돌리는 것이었다. 기초예술 지원 정책의 방향과 가치에 대해서 체감할 수 있는 명료한 설계도는 잘 보이지 않는다. 장기간 위원장 공석 상태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역시 기초예술에 대한 과감한 정책과 지원의 명확한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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