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단지. <한겨레> 자료 사진
‘주택으로 쓰는 층수가 5개 층 이상인 주택.’ 현행 법규(건축법 시행령 별표1)상 아파트의 정의는 좀 웃기는 문장 구조로 돼 있다. ‘주택으로 쓰는~~주택’이라니. 앞의 ‘주택’은 ‘주거용’ 따위로 써야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에서 이 기준에 맞는 아파트가 처음 등장한 건 꼭 60년 전인 1958년이었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중앙산업이 ‘종암아파트’를 지었다. 수세식 변기를 집안에 들여놓는 것부터가 장안에 화제를 뿌리던 시절이었다. 아파트는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크게 늘어 2016년 1000만호를 넘겼고, 2017년 11월 기준으로 1038만호에 이른다. 전체 주택의 60.6% 수준이니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 주거공간으로 자리를 굳힌 셈이다.
우리에게 친숙해졌지만, 그 구조의 기묘함과 폐쇄성 탓인지 아파트는 영화에서 자주 공포의 공간으로 변한다. 지난 8월에 개봉한 공포영화 <목격자>는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아파트 배경의 영화로 가장 성공한 축에 드는 것은 2013년 여름에 개봉한 <숨바꼭질>로, 56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아예 <아파트>(2006년)라고 제목을 붙인 영화도 있다. 영화 <아파트>보다 유명한 게 노래 ‘아파트’다. 가수 윤수일의 대표곡으로, 국민가요급의 인기를 끌었다. 윤수일이 작사·작곡까지 한 이 노래가 나온 것은 1982년이다. 1975년 시작된 서울 강남 개발 흐름이 이어지던 때였다.
아파트값 급등세가 이어져 사람들 모인 자리에서 온통 화제라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노래가 더 만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기왕 내놓은 대책이라도 야무지게 시행해 ‘우스운 정부’가 되지 말고 집 문제에서만큼은 ‘무서운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 ‘땀’ 아닌 ‘땅’에서 거저 얻는 돈이 끼치는 해악은 무주택자와 미래세대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겠기에.
김영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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