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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나라 사랑, 민족 사랑 / 최원형

등록 2018-09-03 16:52수정 2018-09-03 19:08

지난 2일 오후 베트남 독립선언 73주년 기념행사가 열리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베트남 국기를 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2일 오후 베트남 독립선언 73주년 기념행사가 열리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베트남 국기를 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베트남 사회과학한림원은 1993년 출간한 <베트남 사상사>(소명출판·2018)에서 베트남 사상사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으로 ‘나라사랑주의’(y?u n??c·예우 느억)를 꼽았다. ‘애국주의’가 아닌 ‘나라사랑주의’라는 말을 쓴 데 대해 옮긴이는 “그 의미의 초점이 ‘국가’가 아니라 인민들이 살아가는 실질적 주변 환경에 모아져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라를 가리키는 베트남어인 ‘느억’의 본래 뜻은 ‘물’인데, 우리식으로 따지면 ‘산하’(山河) 정도에 대응하는 말이라 한다. 근대라는 규정성 아래에 놓인 개념으로는 제대로 붙들 수 없는, 공동체의 어떤 기초를 가리키기 위한 번역인 셈이다.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주의 연구의 고전 <상상된 공동체>(길)에서 “민족은 사랑을, 그리고 때로는 심원하게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고취”한다고 주장한다. “민족주의로부터 인종주의가 도출된다”고 보는 “진보적인 코스모폴리탄 지식인들”의 인식과 달리, 민족주의는 타자에 대한 혐오나 증오가 아닌 ‘자기희생적 사랑’을 훨씬 더 본질적인 가치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는 인종주의의 기원은 왕조국가에서 지배층이 국내적 탄압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고안해낸 ‘계급’ 이데올로기이며, 제국주의적 식민 지배를 확장하고 고착시키려 했던 19세기 유럽이야말로 인종주의의 요람이었다고 지적한다.

나를 넘어선 공동체를 사랑하는 것이 정치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국가, 민족, 계급 등 오늘날 공동체를 가리키는 여러 개념을 ‘사랑’과 연결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가 속한 공동체를 사랑한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공동체 바깥의 타자에 대한 배제와 증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와 경계심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이런 공포와 경계심을 넘어서 ‘개인을 억압하지 않는 나라’와 ‘타자를 배척하지 않는 민족’을 사랑하는 ‘주의’를 상상해낼 수 있을까?

최원형 책지성팀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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