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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켄타우로스 인간 / 구본권

등록 2018-09-03 10:27

엘지전자는 8월31일 개막한 유럽 가전박람회(IFA)에서 ‘입는 로봇’을 공개하고 사업화 계획을 밝혔다. 착용자 하체를 지지하고 근력을 높여줘 무거운 짐을 들거나 강한 힘이 필요한 작업을 처리하게 해주는 외골격 로봇이다. 외골격은 갑각류나 곤충처럼 몸 표면의 딱딱한 구조를 말하는데, 외골격 로봇은 사람 뼈와 근육을 대신하거나 증강하는 구실을 한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지난달 초 7개국 15개 공장의 노동자들에게 조끼 형태의 외골격 로봇 ‘엑소베스트’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착용자의 팔 힘을 7㎏ 보태주고 팔과 허리에 주어지는 부담을 40%가량 줄여주는데, 지난해 시범운용 결과 성과가 높아 확대에 나선 것이다.

경쟁이 활발한 건 군사 분야다.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은 90㎏을 메고 최고시속 16㎞로 달리는 외골격 로봇 ‘헐크’를 선보였다. 러시아와 중국도 미래전의 핵심병기인 외골격 로봇의 개발과 실전 배치에 나섰다. 고령화 사회와 장애인들에겐 희망이다. 이스라엘 기업이 개발한 리워크는 하지 마비 환자의 보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2012년 하반신이 마비된 영국 여성은 리워크를 착용하고 런던마라톤을 17일에 걸쳐 완주했다.

그리스 신화의 켄타우로스는 하반신은 말, 머리부터 허리까지는 인간 형태를 한 난폭한 괴물이다. 도구의 발달은 사람 신체를 인공지능, 로봇과 결합시킨 새로운 켄타우로스로 변형하고 있다. 치아 임플란트와 인공관절처럼 ‘입는 로봇’도 재활 도구를 계기로 대중화할 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공포를 벗어나는 방법은 사람이 이 기술과 아예 한 몸이 되는 것이라는 게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생각이다.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는 현생 인류가 결국 두 종류로 나뉘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호모 파베르가 스스로를 도구와 결합시키며 호모 켄타우로스의 길로 가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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