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연구소장·상지대 초빙교수 최근 편의점들은 기능 다변화, 1인가구 증가 등으로 2017년 매출이 전년 대비 10.9% 늘어나 전체 매출 규모가 23조~2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통시장 점유율도 2016년 15.7%에서 16.4%로 커졌다. 대기업이 주축인 편의점 본사들은 늘어난 매출로 웃고 있지만, 전국의 편의점주들은 생존권 위기로 울고 있으니 이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인가. 더 큰 모순은 편의점 본사의 독식과 탐욕을 제어해 편의점주들의 수익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만, 일부 편의점주들과 겨우 최저임금만 받는 알바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을들끼리, 을들과 병들이 갈등할 때 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 이 사태의 진짜 책임자들은 누구인가? 한 사례를 보자. 지난 19일치 <한겨레> 1면에 보도된 편의점주 김민철(가명)씨의 올해 5월 수입·지출 내역을 보니, 3100만원 매출이 있었지만 본사의 물품 대금 2400만원, 로열티 240만원, 임대료 100만원, 카드수수료 35만원 등을 내다 보니 오히려 72만원 적자를 봤다. 이 점포의 인건비는 250만원이었다. 이를 통해 자영업자들의 생존권 위기가 최저임금이 아니라 수익이 확 줄어드는 과당경쟁 구조, 본사 폭리, 과도한 임대료·카드수수료 등에 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본사는 이미 물품공급 대가로 마진을 붙여 2400만원을 가지고 갔는데 거기에 왜 로열티로 무려 35%나 적용해 240만원을 또 가져가는 것인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많은 가맹점주·임차상인들이 로열티·임대료·카드수수료로 각각 수백만원씩 부담하고 있는 탓에 이 문제만 해결돼도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면서도 수익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 자영업자들의 생존 위기가 마치 최저임금 인상에서 기인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일부 부담을 준다 해도 전체 자영업자 600여만명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60여만명으로 그 영향이 제한적이다. 수십년째 중소기업·중소상공인들을 수탈해 생존권을 위협해온 재벌·대기업들이 해마다 최저임금 결정 시기만 되면 중소기업·중소상공인들을 몹시 사랑하는 것처럼 돌변하는 것은 더욱 개탄스럽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고 심지어 삭감까지 주장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이들은 실제론 영세자영업자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노동의 가치가 상승해 제 평가를 받는 것이 싫은 것이다. 또 최저임금이 오르면 결국 중소기업?중소상공인들의 지급능력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자신들의 탐욕과 독식을 규제하는 상생정책, 경제민주화 조처가 병행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본사가 모두 재벌들이고, 수수료를 대기업 사업장에 비해 자영업자들에게 더 받고 있는 신용카드사들도 모두 재벌·대기업이고, 사업 시에 과도한 통신비를 받아가는 통신사들도 다 재벌들이며, 예대 마진 폭리를 취하는 금융사도 모두 대기업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이들이 일부 중소기업·중소상공인이 최저임금도 줄 수 없게 만든 자신들의 탐욕·수탈·독식 구조를 은폐하기 위해 을과 을끼리, 을과 병끼리의 갈등과 싸움을 부추기며 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과 그에 따른 일부 중소기업·중소상공인의 지급능력 제고 및 관련 지원대책은 분명히 병립 가능하며, 우리 사회는 꼭 그렇게 가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