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이 흐르는 한국전력 변전소와 대형 송전탑들이 들어서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세금과 같은 뜻의 ‘조세’에서 조(租)는 땅에 물리는 것을 뜻했다고 한다. 보유세 개념이었던 셈이다. 세(稅)는 수확물 중 관청이 떼어 가는 부분을 일컫는 것이었다니 소득세라 할 수 있겠다. 조, 세 모두 나라에서 강제로 거둬가는 것이어서, 물건이나 서비스의 대가로 치르는 요금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전기요금 못지않게 전기세라는 말이 널리 쓰인다. 전기를 팔아 정당하게 받는 요금을 세금이라 부르는 것에 한국전력은 많이 억울해할 것 같다.
폭염이 화제에 오르면 전기요금이 으레 따라 나온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용 전기 ‘경부하 요금’(심야 요금)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충분히 듣고 있다”며 “속도조절을 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요금 조정 시기를 2019년 이후로 미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부하 요금은 전기 사용량이 적은 밤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적용하는 것으로 최대 50%가량 싸다. 백 장관의 속도조절 방침은, 지난 1일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페이스북에서 “콩(전기 원료)보다 두부(전기)가 더 싸다”는 이른바 ‘두부공장론’으로 불붙인 요금 논란에 대한 반응이었다.
국제비교치를 보면 국내 전기요금이 비싸다고 하기는 어렵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가 발간한 <국제 산업용·가정용 에너지 가격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8개 가운데 한국(1㎾h당 8.47펜스)은 캐나다(8.46펜스)와 함께 가정용 요금이 가장 낮은 축에 들었다. 산업용은 오이시디 회원국 중간값(7.62펜스)과 비슷한 7.65펜스였다. 탈원전 흐름까지 아울러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론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두부공장론을 주저앉힌 산업부 쪽도 늦춘 것일 뿐 멈춘 건 아니라고 하니 언젠가는 맞닥뜨릴 현실인 듯하다.
김영배 논설위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