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빨간 머그컵. 청와대 제공
물컵과 얼굴에 무슨 공통점이 있다고 영어에선 둘을 한데 엮어 놓았다. 머그(mug)라는 단어는 손잡이 달린 도자기 컵이라는 뜻과 함께 얼굴, 낯짝이란 뜻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머그를 얼굴의 은어로 쓰게 된 것은 18세기부터였다고 한다. 두 뜻은 우리 일상에도 들어와 있다. 머그컵, 머그잔은 우리말처럼 쓰이며, 범죄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찍는 얼굴 사진을 뜻하는 은어 ‘머그샷’도 신문 기사 같은 데서 가끔 볼 수 있다.
영화에서 보듯 머그샷은 이름표나 수인번호를 들고 키 측정 잣대 옆에서 촬영한다. 정면과 측면을 찍은 사진은 수용기록부에 올라간다. 이 머그샷은 19세기 미국의 형사였던 앨런 핑커턴이 현상수배 사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도입했다고 전한다. 머그샷과 현상수배 사진의 차이점은 사진 속 인물이 체포되었느냐 아니냐이다.
우리말에도 머그처럼 얼굴의 은어로 한때나마 쓰였던 말이 있다. 세숫대야. 지난 시절 “어디라고 세숫대야를 들이밀어?”, “세숫대야가 받쳐주질 않아서” 같은 농담이 심심찮게 쓰였다. 세숫대야도 머그처럼 얼굴에 닿거나 가까이 하는 경우가 많은 데서 비롯됐던 것일까?
청와대가 직원 회의 때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 대신 머그컵이나 텀블러를 쓰기로 했다.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캠페인 차원이다. 청와대 안 카페에 머그컵을 가져온 직원에게는 요금을 깎아주는 식으로 혜택도 준다고 한다. 앞서 지난달에는 직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구호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구를 새긴 머그컵을 지급했다. 일회용품을 줄이는 노력이 공공기관 같은 다른 분야로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덧붙일 말 한 가지. 머그컵은 물이나 커피를 마시는 데 써야지 누구처럼 물을 담아 ‘투척’하면 큰일 난다. 폭탄처럼 폭발성을 띠고 있어서 자칫하면 머그샷을 찍을 수 있다.
김영배 논설위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