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팀 선임기자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마침내 눈앞에 다가왔다.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터진 대화의 물결이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여기까지 온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회담이 열릴 싱가포르에 나란히 도착하면서 두 정상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작년 이맘때쯤 북한은 화성-12형, 북극성-2형, 화성-14형 미사일을 차례로 쏘아 올렸다.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당시를 돌아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내년 이맘땐 어떨까. 대화 국면이 이어지며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자리잡아 가고 있을까. 혹 예기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굳이 1년 뒤 미래로 시선을 돌리며 ‘기대 반 우려 반’의 전망을 해보는 것은 지금의 변화가 너무 극적이기 때문이다. 북·미 최고권력자들의 직접 담판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1990년대 초반 불거진 이래 20여년 동안 괴롭히던 북핵 문제가 이번엔 정말 해결될지 의구심이 말끔히 가시진 않는다. 북핵 문제는 과거에도 북-미 간 합의로 해결 직전까지 간 적이 두 차례 있었지만, 막판 무산된 전례가 있다. 그동안 북한의 성취는 놀랍다.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으로 수소폭탄 능력을 보여줬다. 핵무기의 원료인 분열물질 생산 능력도 완비돼 있다. 탄도미사일도 지난해 11월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까지 과시했다. 겨우 플루토늄을 추출했던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 때와는 비교가 안 되고, 비밀 우라늄 프로그램의 가동을 의심받던 2005년 9·19 합의 때나 실패한 1차 핵실험 경험뿐이던 2008년 6월 냉각탑 폭파 때와도 하늘과 땅 차이다. 20년 넘게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일군 것이다. 이걸 포기할 수 있을까. 북한이 내놓은 설명은 “병진노선으로 핵무력이 완성됐으니 이제 경제건설에 집중할 때”라는 것이다. 그리고 행동으로 보여준 건, 완성된 핵무력을 체제안전보장과 맞교환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기다. 묶어 해석하면, 애초부터 핵무력 완성은 협상용으로 기획된 것이라는 얘기로 읽힌다. 먼저 핵능력을 미국이 위협을 느낄 수준까지 올려놓아야 실패했던 과거와 다른 ‘진짜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뜻 같다. 그래서 다시 열쇠는 어떻게 핵폐기와 안전보장을 맞바꿀 수 있느냐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등이 한쪽 저울접시에 올라 있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북-미 수교 등이 반대편 접시에 올라 있다. 한때 신속한 일괄타결이 유력했으나, 이젠 단계적 동시적 접근도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앞서 북·미는 판문점에서 몇 차례 실무회담을 열어 주고받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는 소식은 없다. 이제 공은 싱가포르로 날아간 북·미 두 나라의 국정 최고책임자들에게 넘어간 것 같다. 두 정상 간 쉽지 않은 담판이 예상된다. 그래도 물러서긴 어렵다. 미국으로선 이제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위협을 더 두고 보기 어렵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도 내부적으로 ‘병진노선 종료’라는 정책적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 잘못될 경우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가 예상되는 등 후유증도 만만찮다. 군사적 옵션이 다시 거론되는 등 한순간에 긴장이 고조될 우려가 크다. 두 지도자는 이제 지도에도 없는 길을 찾아 나선 셈이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전혀 다른 한반도의 시작을 기대해 본다. suh@hani.co.kr
이슈한반도 평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