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 5월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3분기(7~9월)부터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와 실시간 검색어를 빼는 것을 포함한 뉴스 서비스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3분기부터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와 실시간 검색어를 뺀다. 포털이 2005년부터 제공하는 실시간 검색어는 국내 인터넷의 특징이다. 실시간 인기검색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수를 띄우려는 팬클럽에서부터 정치사회적 이슈를 부각시키려는 집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작 시도가 일어났다. 돈을 받고 작전을 펼치는 곳도 생겨났다. 수시로 조작 의혹이 일었고 포털도 여러 차례 홍역을 치렀다. 포털은 이름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로 바꾸고 배제 기준과 변화 추이를 제공하며 외부 전문가들의 검증도 받았지만 이용자들의 의구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애초 수많은 이용자의 관심사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려 출발한 서비스인데, 검색어 순위를 조작하려는 집단의 경연장이 됐다. 실시간 검색어는 뉴스 생태계를 황폐화시킨 주된 배경이기도 하다. 취재활동 없이 실시간 검색어를 포함한 뉴스를 마구잡이로 생산해 클릭을 유도하는 저질 언론이 셀 수 없이 많다. 실시간 검색어만 포함하면 페이지뷰가 많아 어뷰징 기사가 양산되는 구조다.
페이스북은 이번주부터 ‘트렌딩토픽’ 서비스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트렌딩토픽은 실시간 검색어와 유사한 서비스인데 페이스북의 편집 원칙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가짜뉴스 도구로 쓰였다는 비판이 높자 없애기로 한 것이다.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현재의 충격>에서 오늘날을 “현재라는 순간을 향해 모든 게 재배열된 상태”라고 규정한다. 기다림과 장기적 사고를 밀어내고 ‘실시간 검색어’가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다. 실시간 검색어나 트렌딩토픽은 수많은 이용자들의 마음속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신기한 도구지만 일부 집단의 악용 시도를 막아내지 못했다. 강력한 기술의 부정적 효과를 통제하지 못하면 피해는 이용자가 입는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도 결국 같은 운명이 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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