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지성팀 기자 지난 18~19일 열린 한국프랑스철학회 학술대회에 취재차 참석했다. 50돌을 맞는 68혁명의 역사적 의미와 여성해방운동의 태동, 라캉·데리다 같은 철학자들에게 68혁명이 준 영향 등을 살펴보는 다채로운 학회라 토요일을 낀 취재였지만 그리 힘들게 느껴지진 않았다.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발표들이었음에도 혁명을 주제로 해서 그런지 뭔가 불온함이 느껴지는 독특한 자리였다. 학회가 끝나고 학회 회장인 황수영 홍익대 교양학부 교수에게 총평을 물었다. 이번 학회에서 발제를 맡지 않아 68혁명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할 기회가 없던 황 교수는 총평과 함께 이런 말들을 덧붙였는데, 인상에 깊이 남았다. “68혁명에서 중요한 점은 권위와 위선을 거부했다는 거예요. 특히 여성의 성은 그 사회의 위선의 정도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죠. 프랑스도 그때까지만 해도 ‘처녀들은 조신해야 한다'는 식의 성적 위선이 강한 사회였어요. 68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건 중의 하나가 기숙사 사건(프랑스 낭테르 대학에서 여학생 기숙사 출입 제한 철폐를 요구하며 벌인 시위)인 점에서 볼 수 있듯이,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개입, 특히 성을 제한하려는 권위를 참지 못한 거죠. 이후에 새로운 관계를 실험하는 시도가 많아요. 여-여, 남-남, 여-여-남, 남-남-여 같은 관계들이 지속 가능한지 실험하는 거죠. 저도 프랑스에 오래 살았는데, 제가 만난 프랑스 사람들은 하나같이 위선을 철저히 배격했어요. 결혼한 배우자에게 자신이 지금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알리곤 ‘그래도 나랑 같이 살래 말래?’라고 묻는 식인 거죠.”
인터넷 카페 ‘강남·홍대 성별에 따른 차별수사 검경 규탄 시위’는 26일 오후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수사 규탄 집회’를 열었다. 사진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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