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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쓰촨 대지진 10년의 빛과 그늘 / 김외현

등록 2018-05-24 19:45수정 2018-05-24 19:54

김외현
베이징 특파원

사망 6만8712명. 실종 1만7921명. 부상 37만명.

2008년 5월12일 중국 쓰촨성에서 일어난 대지진에 따른 인명 피해의 공식 통계다. 10년이 흘렀다. 중국 당국은 ‘복구 완료’를 이야기한다. 쓰촨성 통계국은 지진 피해가 심각했던 원촨현 등 39곳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10년 전보다 3배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5월12일은 ‘재난방재의 날’로 해마다 기념된다.

재건과 복구는 국내외의 많은 지원 속에 진행됐다. 지진 이후 3년 동안 150조원이 투입됐다. 몇백만 공공주택이 지어지고 이주 정책이 시행됐다. 특히 중국 각지에서 답지한 성원은 많은 흔적을 남겼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동남부 지방이 나름의 방식으로 특정 재해 지역을 지원했다. 그 결과 복구된 재해 지역은 동남부 어딘가를 닮게 되기도 했다.

몇백명이 다니던 학교가 무너져 20~30명을 제외한 학생들이 모두 숨진 샹어 지역은 상하이의 지원을 받았다. 10년 뒤 샹어는 상하이를 닮아 있다. 당시 <로이터> 기자로 샹어를 취재했던 루시 혼비 <파이낸셜 타임스> 베이징지국장의 르포 기사를 보면, 샹어에는 폐허였던 예전과 달리 상하이 푸둥에서 흔히 보이는 5~6층짜리 아파트, 화단 및 가로수가 가득 들어섰다. 주민 1만명 가운데 3분의 2가 사망·실종된 잉슈 지역은 광둥성의 공업도시 둥관이 복구를 맡았다. 원래 창족이 밀집했던 곳임을 고려해 창족의 건축양식을 되살려 근사한 새도시를 만들었다.

현지인들은 집이 예전보다 좁아졌다고들 말한다. 집값이 비싼 상하이와 둥관처럼 지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층건물이 늘어가는 것도, 지진의 기억을 지울 수 없는 현지인들은 다소 거북하다. 심지어 창족식 건축물에 사는 잉슈 주민들 대다수는 한족이다. 적응하는 수밖에 없고 대개는 적응했다. 다만, 만약 애초부터 피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구했더라면 좀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중국 당국의 ‘복구 완료’ 선언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압도한다. 잉슈에 만들어진 지진기념관에 대해 혼비 지국장은 “방문했던 지도자들과 구조요원들의 사진이 많이 걸려 있지만, 현지에서 스러진 3분의 2 주민들은 거의 기록이 없다”고 했다. 피해자 ‘추모’가 아닌 당이 주도한 성공적 재건을 ‘기념’하는 곳인 셈이다.

당의 성공이 자리한 잉슈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2월 방문했다. 그는 지진 유적을 보호해 ‘애국주의 교육기지’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미 이곳의 지진 피해자 묘역과 지진기념관 등은 해마다 400만명이 다녀가는 ‘관광지’가 됐다. 지진으로 기울어진 건물이 그대로 남은 쉬안커우중학교 유적지 앞에는 지진 발생 시각인 2시28분(오후)을 가리킨 채 멎어 있는 시계 조각이 방문객을 부른다. 재건된 도시와 복구된 건물, 그리고 형성되는 산업이 주민들의 아픈 기억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모두가 바란다.

다만,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쓰촨 대지진의 가장 가슴 아픈 장면인 ‘두부 학교’의 비극은 진전이 없다. 지진 당시 그런대로 버텨낸 주변 건물과 달리 학교만 두부처럼 폭삭 무너져버리면서 많은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사건이다. 부모들은 관료들의 부패로 부실 공사가 이뤄졌고, 이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당국은, 중국 어디에서나처럼, 이들의 시위도, 소송도, 언론 접촉도 막는다.

대지진 이후 중국 정부는 출산을 장려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지진으로 잃은 자녀를 대신한다고 해서 ‘대체 아동’이라고 불린다. 모든 부모는 안다. 떠난 아이들은 결코 잊히거나 대체되지 않는다.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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