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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특검 후보 황교안 / 김남일

등록 2018-05-15 18:05수정 2018-05-15 19:11

김남일
법조팀장

집권 1년차 대통령 측근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03년 12월에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최도술·이광재·양길승 관련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이 특검법 수사 대상 1호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작품이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이던 홍 의원은 그해 10월 “노 대통령 부산상고 선배인 이영로씨가 관급공사를 따주겠다며 부산의 건설업체들로부터 300억원을 거둬 최도술씨에게 건네줬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문 수석은 “면책특권을 이용한 발언 같은데, 너무 터무니없어 법적 대응 하겠다”고 했다.

그 무렵 불법 대선자금을 수사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1억원을 수수한 사실을 확인한 상태였다. 검찰을 칭송하기 바쁘던 한나라당이 갑자기 ‘편파수사’라며 특검을 요구했다. 제 식구 최돈웅 의원이 같은 기업에 100억원을 요구해 받아낸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기 때문이다.

300억원짜리 덮어씌우기는 이때 터져나왔다. 이 주장을 토씨 하나 흘리지 않고 옮긴 특검법안이 야3당 공조로 국회를 통과하자, 노 대통령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협박과 타협은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민주사회다. 협박정치는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4·15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은 국회 등원 거부를 택했고 최병렬 대표는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결국 노 대통령은 국회에서 재의결한 특검법을 공포했다.

특검 수사 86일은 허망했다. 수사 대상 1호 최도술, 2호 이광재, 3호 양길승을 둘러싼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났다. 수사 본류가 아닌 곳에서 최도술 관련 비리가 일부 드러났지만, 그 액수는 특검 수사에 들어간 비용보다 적었다. 홍 의원은 “노 대통령 부산상고 동문이 1300억원 괴자금을 양도성예금증서(CD) 형태로 은닉하고 있다. 당선축하금일 가능성이 있다”며 심폐소생용 의혹을 제기했지만, 그가 흔든 시디는 하루 만에 가짜로 판명났다.

집권 1년차 문재인 대통령 측근을 겨냥한 드루킹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제1야당은 15년 전처럼 장외투쟁을 하고 원내대표는 단식했다. 15년 전 시나리오 쓰다 폭망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번엔 다르다’며 6·13 지방선거 전 특검 띄우기에 성공했다. 15년 전 ‘터무니없다’고 했던 문 대통령은 특검법을 공포할 것이다. 15년 전 최도술 특검팀 파견검사였던 문무일 검찰총장은 시작부터 꼬인 경찰 수사가 특검으로 넘어가자 표정관리 중일 것이다. 15년 전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홍 대표의 경남지사 후보 제안을 거절하기 잘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국가 최고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벌인 대선 댓글 공작도 별거 아니라며 특검 수사를 거부했던 자유한국당에 특별검사 후보를 추천해 보려 한다. “이래도 괜찮습니까?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꼭 지켜야 합니다.” 남·북·미·중 정상회담이 숨가쁜 와중에도 페이스북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며 문재인 정부에 불타는 적개심을 드러내는 군 면제 강경 우파,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때 검찰로부터 ‘훼방꾼’ 소리 들을 정도로 댓글에 관심 많던 법무부 장관,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은 다 누리고도 ‘나 혼자 산다’며 적폐청산에서 살아남은 생존 전문가, 바로 그 사람 말이다.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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