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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새로운 시대, 새로운 가족 / 정현백

등록 2018-05-07 17:50수정 2018-05-07 19:11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가족은 한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단위이자, 국민 대부분에게 정신적 고향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간의 전통적 가족제도에 대해 다각도의 비판과 성찰이 이뤄지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 가족형태는 세계사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제 가족정책이나 제도의 새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압축적 근대화가 낳은 온갖 부작용의 해결사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주장이 강하다. 즉,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가족주의를 더 공고화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는 연고주의를 깊게 뿌리내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부모의 과보호적 양육태도와 가족이기주의의 폐단”이 도처에서 나타났다. 또한 부모와 그 자녀로 이뤄지지 않은 가족은 ‘비정상가족’으로 간주되면서, 직간접적 각종 차별과 편견에 노출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공론의 장이 활발해지고, 개개인의 가치관과 삶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가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가족의 다양성’이다. 이제 ‘부부+미혼자녀’나 ‘기혼부부로 이뤄진 2인 가구’는 더 이상 가족의 전형적 모습이 아니다.

‘나홀로족’이라는 1인 가구는 이미 2015년 이래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가구형태로 올라서, 현재 네 집 중 한 집(28%)이 넘는다. 한부모가족은 전국 154만 가구이고, 이 가운데 미혼모·부도 3만3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한편, 2017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바닥을 쳤다. 가족의 다양화와 가족의 소멸에 직면해 새로운 정책수요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

여성가족부는 우선, 가족의 다양성에 맞추어 개별 가족이 각각 필요로 하는 맞춤서비스 제공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다양한 가족이 경제적 위기에 노출되지 않고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혼모에게는 초기 임신단계에서부터 출산 후 아이돌봄과 교육·직업교육을 통한 자립까지 국가가 지원한다. 한부모가족을 위해서는 정부의 아동양육비 지원액을 상향하는 한편, 비양육부모로부터 안정적으로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양육비 이행 제고에 힘쓰고 있다. 다문화가족의 경우에는 학령기 자녀의 증가 추세에 맞춰 자녀성장 지원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시도 외에도 중요한 또 다른 과제는 가족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는 정상-비정상 가족에 대한 이분법적인 사고가 여전히 팽배하고, 이는 ‘정상가족’에 속하지 않는 많은 가족들에게 차별의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이제 가족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변화해야 하며, 가족과 가족의 평등이 실현되는 일상민주주의가 우리 의식과 생활 속에 더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

최근의 출산 기피와 비혼 추세가 보여주듯이,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더 이상 보호장치가 아니라 ‘미래의 근심’이 되어가고 있다. 주거부터 양육과 교육의 엄청난 부담이 아예 가족구성을 기피하도록 만들었다. 이제 개개인이 더 자율적으로 살아가도록 지원하면서도, 모두가 겪는 공통의 난관은 집단적으로 해결하는 획기적인 가족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국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고, 가족의 안위를 보장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투자가 필요하다. 여성가족부는 바로 이 과정에서 그 소임을 치열하게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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