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웃음

등록 2018-05-06 17:24수정 2018-05-06 19:00

[판문점 선언] 남북 갈등도 마술처럼 풀리길 (판문점=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마술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2018.4.28 scoop@yna.co.kr/2018-04-28 00:15:06/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판문점 선언] 남북 갈등도 마술처럼 풀리길 (판문점=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마술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2018.4.28 scoop@yna.co.kr/2018-04-28 00:15:06/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학 저작에서 “만물 가운데 인간만이 유일하게 웃을 줄 안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웃음에 관한 이런 단편적인 기술이 아닌 본격적인 철학적 고찰은 앙리 베르그송의 <웃음>에 와서 이루어졌다. 1900년에 출간된 <웃음>은 이후 수많은 웃음 연구를 이끈 이 분야의 선구적 저작이다. 이 책은 웃음을 야기하는 메커니즘을 정교하게 분석하는데, 그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 같은 영화의 유명한 장면들이 이 책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른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베르그송은 서두에서 ‘모든 웃음에 관하여’ 이야기하겠다고 호언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는 않는다. 글의 대부분은 희극적인 상황이나 행동이 유발하는 웃음, 곧 우스움과 우스꽝스러움을 규명하는 데 바쳐진다. “타인의 열등함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느끼는 우월감의 표시”라는 토머스 홉스의 웃음에 대한 정의를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웃음에는 이런 ‘차가운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멀찍이 구경하면서 웃는 웃음이 아니라 마음을 기울이기 때문에 우러나오는 따뜻한 웃음도 있다. 타인의 실수를 보고 웃은 웃음뿐만 아니라, 자신을 일부러 낮춤으로써 상대에게 선사하는 웃음도 있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장에 웃음이 많았다. 베르그송의 말을 빌리면 ‘생의 약동’이 느껴지는 밝은 웃음이었다. 역사의 전환을 가져온 회담 중에 이만큼 웃음이 많은 회담이 있었을까. 남의 대통령은 마음이 따뜻했고 북의 지도자는 재치가 있었다. ‘아,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 배려와 공감의 웃음, 일치와 호응의 웃음이 공명했다. 만찬장에서 제주 소년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 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에 찬찬히 번지던 미소는 억지로는 지을 수 없는, 거의 본능적인 기쁨의 표현으로 보였다. 남과 북 사이에 웃음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고명섭 논설위원 michae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