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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한반도 평화협정,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 김경수

등록 2018-04-30 18:32수정 2018-04-30 19:07

김경수
명지대 명예교수

한반도 평화의 핵심적 당사자는 남북한이므로 이번 ‘판문점 선언’과 같은 ‘공존, 공영’의 합의가 중요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동안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아이디어나 수단,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합의한 약속사항을 지킬 의사가 없어서 긴장관계가 지속됐다. 이는 상당 부분 북한 쪽의 정치적인 의지 문제였다.

이런 면에서 북쪽의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 머리발언을 통해 과거의 남북 간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것을 두번 환기하며 이번 합의의 이행 의지를 밝힌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정치적 의지’ 문제는 북한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2001년 공화당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경직된 미국의 대북정책이 한반도를 냉전의 고도로 남게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동서 간 긴장완화와 화해무드는 역설적으로 미국 공화당 행정부 시절에 주로 이루어졌다. 1970년대 초 역사적인 상하이 공동성명으로 미-중 화해를 이끌어낸 닉슨 대통령, 1989년 몰타에서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 이렇게 동서 냉전체제를 해체시킨 당사자는 공화당 행정부였다. 다시 동아시아에서 미-중 화해 이후 46년 만에 공화당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또 다른 역사적 이벤트를 만들지 기대된다. 하나 더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전쟁 휴전을 성립시킨 것도 미국 공화당 아이젠하워 행정부였다는 것이다.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느냐 하는 문제다. 즉,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관한 것이다. 판문점 선언은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제3조 3항).

필자는 국제법상 한국전쟁의 당사자 적격으로 볼 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주체는 남·북·미·중 4자가 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4자회담은 중국의 참여를 전제로 하는데, 중국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주 교전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헤이그 육전법규(1907)는 교전 당사자의 자격·권리·의무와 함께 휴전에 관해서도 규율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주 교전 당사자 하나가 빠진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완전하다고 할 수 없다. 정치적으로도 중국을 도외시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평화협정의 형식과 내용에 관해서는 반드시 공식문서에 서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교환공문 또는 선언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예컨대 1952년 일본과 인도는 양쪽이 서한을 교환하는 형식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1956년 일본과 소련은 공동선언 형식으로 사실상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사실 조약법에 관한 빈 협약 제2조 1항은 조약을 국가 간에 문서에 의한 모든 합의를 이른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너무 명칭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기존의 남북기본합의서 등과 중복을 피한다는 측면에서 ‘남북(한) 평화협정’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평화협정(조약) 사례로는 1973년 베트남 평화협정, 1978년 중-일 평화조약, 1979년 이집트-이스라엘 평화협정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협정은 대체로 전쟁의 종료에 관한 내용, 교전 쌍방의 선린관계, 유엔헌장 준수 규정, 휴전 및 평화 감시 기구 등을 예외없이 두고 있다. 한반도 평화협정에서는 특히 상호 신뢰를 쌓기 위해 군비 통제에 관한 것을 반드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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