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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4·27 정상회담엔 여야가 따로 없다

등록 2018-04-23 18:38수정 2018-04-23 19:10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대한민국의 한반도 정책은 거대한 흐름이다. 정권은 여러 차례 바뀌었어도 한반도 평화를 향해 가는 큰 흐름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우리 국민은 국내 정치와 대외관계를 분리해서 본다. 4·27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는 전혀 다른 원리로 작동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둔 18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한국 경비병 너머로 북측 경비병들이 근무 교대를 하고 있다. 2018.04.19. /청와대사진기자단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둔 18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한국 경비병 너머로 북측 경비병들이 근무 교대를 하고 있다. 2018.04.19.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4월13일 ‘일대일 영수회담’을 중재한 사람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었다. 그는 12일 원로 자문단 오찬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이회창 총재는 임동원 국정원장이 보고를 하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또 내가 방북했을 때에도 이회창 총재에게 김정일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지만 거부했고, 나중에 ‘야당과 협의도 없었고 정부가 대북 업무를 독점했다’며 많은 비난을 했다. 홍준표 대표가 이전에 단독회담을 요구했다. 대통령께서 직접 만나서 설명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국민통합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청와대는 곧바로 자유한국당에 단독 영수회담을 제의했고 회담이 성사됐다. 자유한국당은 영수회담이 끝나고 한참 뒤에도 이런 사정을 잘 몰랐던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의 회담 제의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미국이 ‘보수야당의 반대는 없어야 하지 않겠냐. 최소한의 협조는 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를 주었을 것”, 둘째, “드루킹 사건이 터질 것을 알고 미리 불러서 물타기를 한 게 아닌가 싶다”는 것이었다.

박지원 의원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 보수층과의 소통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과거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 4·13 총선을 사흘 앞두고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발표했다. 국정원은 발표 직전 “총선 승리를 위한 정략적 접근이라는 야당의 비난과 거센 반발, 그리고 이면합의 의혹설이나 노벨평화상 집착설 등을 퍼뜨릴 경우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고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과 약속한 시각에 발표를 강행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치밀하게 기획된 음험하고 졸렬한 선거 전략”이라며 “북한은 그동안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좌경용공세력의 활동 자유 보장, 주한미군 철수 등 세 가지를 주장해 왔는데, 정상회담 합의를 서둘러 발표하기 위해 김정일에게 무슨 대가를 약속했는지 밝혀라”고 다그쳤다. 총선은 한나라당의 승리로 끝났다.

이회창 총재와 보수 기득권 세력은 그 이후에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퍼주기’ 프레임과 색깔론으로 공격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한껏 누렸다.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일까?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6·13 지방선거 와중에 열린다. 홍준표 대표는 “두 번에 걸친 체제붕괴 위기에서 남북 위장평화 쇼로 북을 살려준 정권이 디제이-노무현 정권”이라며 “국민의 망각을 이용해 미국까지 끌어들여 또다시 남북 평화 쇼를 하고 있는 문 정권은 참으로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지금 한반도의 운명을 놓고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대한민국의 한반도 정책은 거대한 흐름이다. 정권은 여러 차례 바뀌었어도 한반도 평화를 향해 가는 큰 흐름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은 분단체제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분단체제가 지속되면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3대 원칙을 천명한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우리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은 한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공산국가들에 대해서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1973년 6·23 선언이 나왔다.

6·23 선언은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으로 이어졌다. 노태우 대통령은 1991년 9월 유엔본부 연설 뒤 특파원 간담회에서 “통일 문제는 우리 측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연방제를 단계적으로 한꺼번에 묶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 6·15 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합의가 들어 있다. 같은 내용이다.

이승만·박정희 독재는 정권 유지에 위협을 느끼면 대외관계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 우리 국민은 국내 정치와 대외관계를 분리해서 본다. 4·27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는 전혀 다른 원리로 작동할 것이다. 4·27 정상회담엔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하는 이유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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